제25장 말이 씨가 되다

“강희주, 너 요즘 따라 왜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거야? 이혼으로 날 협박하면 오늘 회사가 입은 피해를 만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돈을 원하면 일 열심히 해야지. 회사가 네 집인 건 아니잖아?” 배진욱은 미간을 찌푸린 채 손을 놓더니 마치 내가 억지를 부린 사람인양 시종일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배진욱은 내가 그의 아내인걸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부부 공동재산으로 따지면 회사에도 내 몫이 있는건데... 하지만 더 이상 그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 “내가 회사에서 중요한 사람인 걸 몰랐네? 그럼 예전에는 나 없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갔던 거야?” “그렇게 날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월급은 고작 이따위로 줘? 따지고 보면 내가 손해잖아.” 나는 배진욱을 옆으로 밀어내고 가방을 소파 위로 던졌다. 배진욱은 내 태도가 못마땅한 듯 다시 다가와서 손목을 덥석 잡았다. 하지만 곧이어 흠칫하더니 눈빛이 흔들렸다. “너 왜 이렇게 말랐어? 요즘 밥 안 먹어?” 살이 빠진 걸 알아채다니 참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나 더 이상 그와 아무런 대화도 나누고 싶지 않았고 너무 피곤한 탓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시작하면 입맛이 줄어들 거라고 미리 얘기해줬다. 평소에 식욕이 많은 편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살기 위해서 억지로 먹어야 한다. 배진욱에게 잡혀 빨갛게 부어오른 손목을 보니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만 같았고 연약한 내 자신에게 실망하여 답답함이 밀려왔다. “강희주, 제발 그만해. 너 디자인팀 팀장이야.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제멋대로 회사를 안 나오면 어쩌자는 건데.” 듣기 거북한 배진욱의 목소리가 다시 울리자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뭐? 송 대표님 전화는 왜 안 받았어? 내 전화도 안 받았잖아. 시은 씨가 너 바쁘다고 연락이 안 된다고 했어.”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배진욱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서 혼란스러움과 당혹감이 느껴졌으나 결국에는 모두 분노로 변했다. “오후에 정말 중요한 미팅이 있었어. 억지 좀 그만 부려. 왜 네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