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5장 소원대로
소성진은 하얀 가운을 입고 금색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굳은 얼굴을 하면 인상이 무서웠다.
게다가 소성진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난 정말 여러 번 저승길 문 앞을 다녀왔었다.
소성진의 옆에 선 인턴들은 입도 열지 못하고 묵묵히 병실 앞을 지켰다.
의사까지 이렇게 말하자 구경꾼들은 한술을 더 떴다.
“유산하고 몸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데. 이럴 때 잘못되면 평생 간다고.”
“내연녀도 당연히 알고 왔겠지. 안 그러면 왜 이렇게 자주 오겠어?”
“이렇게 많은 의사가 병실을 찾아가는 걸 보니 정말 심각한 상황 아니야? 내연녀 때문에 더 심각해지면 어떡해.”
화병은 내가 아니라 최지연이 걸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최지연은 대학 시절부터 체면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사람들이 말을 가리지 않고 하자 최지연도 모든 걸 내려 두고 표독스러운 얼굴로 나를 향해 말했다.
“강희주, 너 뒤에서 나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다녔던 거야?”
난 어깨를 으쓱하며 무표정으로 말했다.
“난 한마디도 한 적 없어.”
모든 대화는 강유정과 소성진이 한 것이었고 난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이런 모습에 최지연은 더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러다가 자신의 배를 매만지며 말했다.
“강희주 넌 참 연약한 사람이야. 고작 유산에 병원 입원까지 한다니. 아니면 정말 죽을 병에라도 걸린 건가?”
“보아하니 다시 아기를 가질 수 없을 것 같은데 진욱이가 다시 널 원하겠어? 꿈 깨!”
최지연은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주를 퍼부었다.
강유정은 최지연을 갈기갈기 찢지 못해 발버둥 쳤으나 다행히 소성진이 강유정을 막았다.
난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최지연의 말도 틀린 게 없었다.
소성진은 검진을 시작하며 내 혈압이 안정적이라는 걸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아요. 계속 이 컨디션 유지하세요.”
“그럼 퇴원할 수 있는 건가요?”
강유정이 빠르게 다가갔고 찔리는 게 있는 것처럼 만두를 커튼 뒤로 숨겼다.
소성진은 모르는 척 외면하며 말했다.
“이 컨디션 유지하면 멀지 않아 성불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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