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7장 각자 필요한 것을 위하여

지금의 상황을 나는 기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현재 세 개 파로 나누어져 있다. 오랜 세월 경영한 배진욱은 본인만의 실력이 있었기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배진수도 약한 사람이 아니고 그의 편에 있는 사람들 모두 한자리 꿰찬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일부는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누가 대표이사 자리에 있는지 중요하지 않다. 이 사람들이 눈여겨보는 것은 오롯이 이익이다. 그들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지지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아무도 배진욱의 부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그가 정말 기억을 잃었는지 묻는 사람도 없었다. 물론 배진욱이 기억을 잃었든 안 잃었든 회사 일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 된다. 나는 배성훈과 같이 문과 가까운 자리에 앉았고 우리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약간 걱정스러운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뜻으로 그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누구든 입을 연 순간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끼어들 필요가 없다.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싸웠을 때쯤 배진욱이 책상을 힘껏 두드렸다. “그만 하세요!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지는 내 일이에요. 이사회와는 무관합니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원망과 독기로 가득 찼다. “강희주, 다 너의 잘못이야. 네가 나에게 끈질기게 달라붙지 않았더라면...” “그만해!” 이때 배성호가 지팡이를 바닥에 힘껏 내리치며 말했다. “아직도 부끄럽지 않은 거야?” 배진수는 옆에서 냉소를 흘렸다. “잘 되면 내 덕, 안 되면 남 탓이야? 애초에 네가 끈질기게 달라붙었잖아?” “너도 닥쳐!” 배성호가 기분 나쁜 얼굴로 쳐다보자 배진수도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나는 배성호 어르신의 의도를 이해한다. 배진욱은 바람을 피워도 되고 마음이 변해 다른 사람을 버려도 되지만 기억을 잃어서는 안 되고 미치광이가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배진수와 배진욱 사이에서 회사를 물려받을 적임자가 누구인지 알아보려 했던 배성호로서는 배진욱이 그 어떤 책 잡히는 일도 하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