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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 병원비

눈을 떠보니 다시 병원이었다. 생각해 보면 병원과 참 인연이 깊다. 의사 선생님은 누워있는 나를 바라보더니 허탈한 듯 입을 열었다. “희주 씨처럼 말 안 듣는 환자는 처음이에요. 여러모로 대단하네요.” 나는 힘들게 일어나 앉아서 말했다.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이번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냥 갑자기 쓰러졌다니까요?” “일은 미친 듯이 하면서 약을 안 챙겨 먹으니까 당연히 쓰러지죠. 오늘은 아마 갑작스러운 상황에 몸이 긴장하면서 쓰러진 걸 수도 있어요. 당분간은 출근하지 말고... 아니에요. 알아서 건강 잘 챙기세요.” 의사는 내가 돈이 없어서 출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말리려다가 말끝을 흐렸다.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월급을 받은 덕분에 아직 사는데 별문제가 없다. 곧이어 진료 기록을 살펴보던 의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 곧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예약하는게 도움이 될 텐데 희주 씨가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예약해 주세요. 비용도 먼저 지급해야 하나요?” 나는 밝은 얼굴로 의사를 바라봤다. 속으로는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 계산했다. 의사도 내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선불할 필요가 없다며 예약해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에 시작할 항암치료가 걱정되는 듯 얼굴에 조바심이 가득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상황이 좋지 않아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으니까 컨디션 조절을 잘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해요. 그리고 다른 사람에 비해 마른 만큼 훨씬 힘들 수가 있으니 몸에 좋은 음식도 많이 먹으면서 건강 잘 챙겨요.” 고개를 숙이자 닭발처럼 마른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남들보다 많이 허약한걸 알았지만 아무리 먹으려고 노력해도 음식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래도 항암치료가 몸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자 걱정이 밀려왔고 몸보신하기 위해 해삼을 사러 가기로 했다. 그 순간 집에 쌓여있는 보충제 몇 박스가 생각났다. 배진욱이 선물 받은 것들이지만 어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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