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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음탕한 여자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배진욱은 이를 빠득 갈며 동의했다. 그는 나한테 돈에 환장한 여자라고 했다. 나도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여하간에 나는 어떻게든 살아가야 했으니까. 하지만 책임지기로 한 이상 나는 반드시 강성 그룹의 책임자부터 만나봐야 했다. 장기성은 체면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니 나는 프로젝트를 위해 먼저 머리를 숙이기로 했다. 장기성에게 오늘 술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낸 나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룸으로 들어가자 장기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강 팀장, 여기까지 찾아오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이건 제 개인 일정인데요.” “오늘 장 대표님 심기를 거슬리게 했으니 당연히 사과하러 와야죠.” 나는 웃으며 술잔에 술을 부은 후 단번에 마셨다. 사실 지금 내 몸 상태로 술을 마셔서는 안 되었지만, 이 자리에서 안 마셔도 안 되었다. 장기성은 사람을 난처하게 할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그가 다른 사람이 저지른 실수를 나에게 뒤집어씌우며 화풀이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도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역시나 술을 마셔버린 나를 보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강 팀장, 몸도 안 좋은데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그럼 안 되죠. 겨우 예쁜 여자가 우리 룸으로 들어왔는데 그냥 마시게 내버려 둬야죠. 뭐하러 굳이 말려요?” 옆에 있던 배불뚝이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음흉한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사실 나는 이런 술자리에 잘 참석하지 않았던지라 배가 불룩 나온 남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다만 장기성과 함께 술자리까지 하는 것을 보니 꽤나 친분이 있는 어느 기업의 사장인 것 같았다. 나는 다소 겸연쩍은 얼굴로 그를 보았다. “죄송해요. 저 사실 술 잘 못 해요. 게다가 장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전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만약 장 대표님께 사죄하러 온 것이 아니라면 저도 술을 마시지 않았을 거예요.” 내가 한 말이 장기성의 체면을 살려준 것인지 장기성의 안색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는 나를 위아래 훑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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