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0장 자신을 잘 보호하기만 하면 돼

나는 고개를 숙여 눈에 서린 놀람을 숨기고 곧바로 분노한 듯 태세를 전환했다. “오히려 제가 물어보고 싶네요. 큰아버지! 진욱이는 왜 다친 거죠?” “큰아버지, 아무리 그래도 딸을 불륜녀로 만드시려는 건 아니겠죠? 전 그래도 친조카잖아요!” 내 목소리가 꽤나 컸는지라 병원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강산은 기분이 몹시 상한 얼굴로 나를 병실 안으로 끌어들이더니 들고 있던 과일 바구니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너 지금 이게 무슨 태도야?!” “큰아버지 태도가 이러니까 제 태도도 이런 겁니다!” “큰아버지는 제 이혼을 그토록 바라시나 보네요? 근데 사실은 배씨 가문의 재산이 눈이 먼 거잖아요.” 목소리가 크다고 다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밀려서는 안 됐다. 나는 얼굴을 붉히며 그와 맞섰고 강산은 오히려 당황하며 한발 물러섰다. “강희주, 너랑 배진욱이 이혼할 거라는 건 이미 다 아는 사실이야. 남에게 빼앗기느니 차라리 네 사촌에게 주는 게 낫지 않겠니?” “안심해. 너희가 이혼하게 되면 큰아버지가 최대한 네가 더 많은 재산을 챙길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까.” 그러다 사악한 눈빛을 띠며 강산이 물었다. “너희 두 사람 결혼 전에 재산 분할 계약은 안 했겠지? 혹시 돈 하나도 못 가져가게 되는 건 아니겠지?” 물론 그가 이렇게 친절한 척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내가 거액의 펀드를 갖고 있다는 소문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소파에 편히 앉았다. “물론 안 했죠. 배씨 가문이 그렇게 큰 재산을 갖고 있는데 제가 왜 다른 사람에게 넘기겠어요?” “그럼 너희 부모님이 남긴 재산도 배진욱에게 넘어가게 되는 거 아니야?” 그는 내가 암에 걸린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나보다 배진욱이 더 오래 살 거라고 단정 짓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강산을 비웃듯 바라보았다. “제 재산은 아직 찾지 못했어요. 관리자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니까요. 그 돈이 배진욱에게 갈 일은 없어요.” 내 태도에 강산은 안심한 듯 보였다. 그는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