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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이혼하자

“마루야, 그만해! 마루야!” 나는 통증을 참아내며 마루를 꼭 끌어안고 말렸다. 나의 목소리를 들은 마루는 그제야 입을 뗐지만, 여전히 배진욱을 보면서 짖어대고 있었다. “진욱 씨, 어떡해... 진욱 씨 팔에 피가 나요.” 유시은은 가슴 아픈 얼굴로 배진욱을 끌어안았다. 배진욱의 팔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를 보았다. 마루는 정말로 있는 힘껏 물어버린 것 같았다. 그가 시선을 돌리더니 마루를 향해 달려들려고 했지만, 이은정이 끼어들며 그를 막았다. “시은아, 우리 가자.” 배진욱은 나를 힐끗 보다가 유시은을 안은 채 떠나 버렸다. 두 사람이 함께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다리에 힘이 풀린 나는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당황한 이은정은 얼른 나에게로 다가와 내 상태를 확인했다. “괜찮아요? 세상에, 피가 너무 많이 나는데요? 얼른 구급차, 구급차 불러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요. 괜찮을 거예요.” 마루는 낑낑 소리를 내며 부단히 머리를 내 몸에 비볐다. 나는 힘겹게 손을 올려 마루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마루야. 엄마는 괜찮으니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마루에 커다란 두 눈에 창백한 나의 모습이 비쳤다. 그 순간 나는 정말 이대로 죽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병원에 실려 오자마자 의사가 급하게 다가왔다. 오늘은 원래 오프였다. 하지만 내가 또 실려 왔다는 연락에 바로 달려온 것이다. “희주 씨,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퇴원하기 전에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나요? 살고 싶다면서요. 두 번의 수술도 버텨냈으면서 왜 조심하지 않는 거죠?” 옆에 있던 간호사가 눈물을 훔치며 화가 난 척 나를 보았다. “또 이러시면 저희는 더 이상 희주 씨 신경 안 쓸 거예요!” 나는 살풋 웃으며 두 사람을 보았다. 그녀는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화를 내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벌어진 상처를 다시 꿰맨 뒤 항생제를 투여받고 나니 몸이 한결 나아졌다. 의사는 내가 계속 병원에 입원하면서 상태를 살펴보기를 원했지만 나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말았다. 경찰의 연락을 받았을 때 조금 의아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로 유시은과 이은정이 싸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루 때문에 싸우고 있었다. 급하게 경찰서로 도착했을 때 유시은은 이은정의 머리채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은정은 마루의 목줄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누구도 우리 마루한테 손댈 생각하지 말아요! 우리 마루는 모든 절차를 밟고 집에 데리고 온 거라고요!” 유시은은 흉악한 얼굴로 이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 “모든 절차를 밟고 이 자리에 있으면 뭐해요? 그렇게 따지면 살인범도 신분증이 있잖아요. 그래도 체포되는 마당에 그깟 반려견 등록증이 있다고 뭐 다르겠어요?!” “경찰관님, 바로 이 개예요! 이 미친개가 사람을 물었다고요! 반드시 안락사해야 해요!” “유시은 씨, 방금 뺨 두 대 맞은 거로 정신을 못 차렸나 봐요, 그래요?” 나는 무방비 상태인 유시은에게 달려가 세게 확 밀어버렸다. 경찰은 얼른 다가와 우리를 말렸지만, 귀신의 몰골처럼 창백한 나의 안색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마루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진정하려고 노력했다. “경찰관님, 이 강아지는 제 강아지예요. 반려견 등록도 전부 했고 예방 접종까지 전부 했어요. 제 강아지는 미치지 않았어요.” “아니에요, 경찰관님. 이 개는 분명 미친 개에요. 사람을 물었다니까요!” 유시은 분에 가득 찬 눈길로 나를 보다가 고개를 돌린 뒤 경찰의 뒤로 숨었다. 두 경찰은 난감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사람을 물었다고 하니...” “경찰관님, 제 강아지가 왜 사람을 물게 되었는지 묻지 않으시는 거예요? 일단 누구를 물어버렸는지부터 물어보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여경은 엄숙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이분 남자친구를 물지 않았습니까. 증거 사진도 있습니다.” “그 사람은 제 남편이에요.” 나의 목소리는 작지 않았던지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예전에는 창피해 가만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루를 건드렸으니 더는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그 말을 내뱉고도 나는 경찰서에서 허리를 꼿꼿이 펴고 서 있지 못했다. 그저 창백한 얼굴로 바닥에 앉아 마루에게 몸을 기대로 있었다. 내연녀에게 남편을 빼앗기고 강아지까지 잃게 되었는데 어느 누가 동정하지 않겠는가. “경찰관님, 제 남편은 내연녀를 집으로 데려오고 지금은 제 강아지까지 죽이려고 합니다.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난리를 피웠단 말입니다. 마루가 제 남편을 물어버린 건, 남편의 애인인 유시은 씨가 저를 괴롭힌 것도 모자라 남편이 폭행하려는 모습을 보고 저를 지켜주기 위해 달려든 겁니다.” “어제 이웃집 아줌마가 저를 대신해 구급차까지 불러주었으니 병원에 제가 치료를 받았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그냥 연약한 척 연기하는 거잖아. 그걸 누가 못하지? 나도 할 수 있어.' 더구나 내가 내뱉은 말은 전부 사실이었다. 배진욱은 확실히 나에게 손찌검을 하려고 했었고 나는 구급차에 실려 갔다. 나를 밀친 것인지, 아니면 폭행한 것인지에 대해 자세한 것은 사람들의 상상에 맡길 생각이다. 나는 얼른 마루를 꼭 끌어안았다. 마루는 우는 듯한 소리를 내었다. 주위에 모여들어 구경하던 사람들은 유시은을 보며 수군거렸다. 방금 유시은을 감싸주던 경찰들의 눈빛도 변해버렸다. 유시은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이때, 배진욱이 경찰서에 나타났다. 그는 오른팔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경찰서 안으로 들어오면서 원래는 나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유시은이 그의 팔에 팔짱을 찌며 걸음을 멈추게 했다. “진욱 씨, 괜찮아요? 의사가 푹 쉬고 있으라고 하지 않았어요?” 배진욱은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유시은을 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바보, 왜 혼자 경찰서로 오고 그래.” “미친개가 진욱 씨 다치게 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당연히 신고해서 경찰관님께 맡기려고...” 그녀는 뒷말을 이을 엄두가 나지 않았고 소심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더 이상 아까처럼 거만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유시은 매번 배진욱의 앞에서 연약한 척, 억울한 척 연기를 하고 있었다. 배진욱는 다정하게 그녀를 달랜 뒤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강희주, 그냥 개일 뿐이잖아. 안락사하면 끝인 일을 굳이 이렇게 추하게 굴어야겠어?” 이때 누군가가 ‘개보다 못한 쓰레기 커플'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배진욱의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 그는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희주, 내 말 안 들려?” 나는 고개를 들어 처량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혼하자. 마루는 내가 데리고 갈게, 두 사람 눈에 거슬리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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