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장 벌

“강희주한테 바꿔. 안전한지 확인해야겠어.” 배진욱의 감정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유시은은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괜찮아. 걱정하지 마.” 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지만 배진욱은 점점 격앙되기 시작했다. “강희주, 너 괜찮아? 유시은이 너 괴롭힌 건 아니지? 너 지금 어디야?” “배진욱, 너 바보야? 내가 강희주가 어디 있는지 말하게 둘 것 같아?” 유시은이 내 눈앞에 단검을 흔들며 말을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우선 인터넷에 해명부터 해. 내가 출국하려면 수배자가 되면 안 되니까. 모든 게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 이건 네가 조작한 거라고 해. 유시은은 네가 속인 여자, 네 아이를 잃은 여자, 가장 불쌍한 여자라는 걸 기억해.” “알았어.” 배진욱은 단 한 마디로 대답했지만 그가 이를 악물고 답했다는 티는 여실히 났다. “30분 후, 인터넷상 내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걸 확인해야겠어.” 기쁜 목소리로 말한 유시은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30분은 정말로 견디기 힘들었다. 유시은은 그렇게 남자에게 불려 나갔고 방 안에는 나 혼자만 남았다. 막 죽을 먹고 나서 약간의 기운이 생긴 나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알았지만 내가 있는 곳은 채석장 같은 곳이었다. 이미 오래전 버려진 곳 같았다. 예전에 외곽에 있던 채석장에 문제가 생겨 폐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 같다. 30분 후 유시은이 내 핸드폰을 들고 돌아왔다. “봐봐, 배진욱이 정말로 글을 올렸어. 정말 대단하지 않아?” 그녀는 웃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원한이 가득했다. “역시 배진욱은 너를 사랑해. 봐봐, 온갖 더러운 짓은 자기가 다 뒤집어썼잖아. 모범 남편이야. 배진욱은 정말로 너를 사랑하면서도 깨닫지 못했어. 지금 와서야 네가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거지. 역겨워.” 나는 핸드폰 화면을 바라봤다. 배진욱은 정말로 성명을 발표하며 이전에 했던 말들을 모두 번복했다. 그는 유시은이 유산한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