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장 맹세

“더 말하면 너도 똑같이 만들어버릴 거야.” 배진욱은 나를 감싸안아 유시은이 나에게 손대지 못하게 했다. 그는 뒤돌아보며 비서인 유아정을 향해 지시했다. “여기 정리해.” 그러고 나서 나를 들어 올려 병원을 떠났다. “배... 배진욱!” 주변의 많은 사람이 우리를 쳐다보았고 나는 얼굴이 빨개져 그를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더욱 단단히 껴안았다. “계속 움직이면 키스할 거야.” 그는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왜? 계속 움직여 보지?” 나는 가발을 손으로 붙잡고 그를 노려보았다. “내 가발 떨어지겠어!” 그는 순간 멈칫하더니 내 머리를 조금 높이 들어주었지만 여전히 나를 놓지 않았다. 차에 오를 때까지 배진욱의 기분은 여전히 저조했다. 차 안에서 우리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 조용히 시동을 걸었다. “내 아이가 아니야.”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그가 갑자기 한마디를 던졌다. 나는 가볍게 대꾸하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아이의 친부가 누구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미 유산되었고, 유시은은 가장 큰 무기를 잃었으니, 미쳐버릴 가능성도 있었다. 조금 전 그녀의 붉어진 눈을 떠올리자 약간 무서웠다. 배진욱은 차를 멈추고 문을 잠갔다. “강희주, 나는 그 아이를 내 아이로 인정하지 않아. 아까 병원에서 DNA 검사를 의뢰했어.” 그의 확고한 눈빛을 바라보며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분명히 유시은과 잠자리를 가졌다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 아이가 자기 아이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미 사라진 생명을 두고 DNA 검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다시 가볍게 대꾸했다. 그러자 그에게서 불만스러운 기색이 비쳤다. 배진욱은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강희주, 만약 그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니라면 나는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생각이야. 앞으로 너도 잘 지켜줄게. 더 이상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해.” 나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왜 맹세하는지 알아? 지킬 수 없기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