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장
정지헌은 다시 고개를 숙여 시간을 확인한 후 김소정을 향해 말했다.
“이제 가도 돼.”
아직 11시까지는 30분이 남아 있었다.
김소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같이 가지 않으실 건가요?”
정지헌은 살짝 몸을 기울이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만약 그 종이가 그 사고와 관계가 없다면, 네 생각에 왜 그 종이가 네 앞에 나타났을 것 같아?”
김소정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누가 날 떠보려는 건가요?”
정지헌은 고개를 저으며 미소 지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김소정은 그의 속내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안전이었다. 그녀는 배를 감싸안으며 속으로 다짐했다.
‘절대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할 순 없어.’
그녀가 긴장한 표정으로 배를 어루만지는 걸 본 정지헌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말투는 마치 안심시키려는 듯 이내 부드럽고 설득력 있게 변했다.
“걱정하지 말고 가봐. 이걸로 산골짜기 쪽 상황을 똑똑히 볼 수 있을 거야.”
정지헌은 손에 든 망원경을 흔들며 말했다.
“혹시 네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양 비서가 바로 차를 몰고 갈 거니까 네 안전은 보장돼.”
그의 자신감 넘치는 말투는 김소정의 마음을 조금씩 안정시켰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응, 가봐.”
정지헌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는 김소정에게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끼게 했다.
‘됐어. 이 남자는 원래 변덕스러운 사람이잖아. 갑자기 온화하게 웃는 것도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
김소정이 차에서 내린 후 양지민은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사실 사모님은 정말 대표님을 믿고 계세요.”
정지헌은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창밖으로 사라져가는 그녀의 가녀린 뒷모습을 응시하며 무심하게 물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양지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사모님께서 정말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정말 아무 조치도 안 하실 건가요?”
김소정의 모습이 점점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정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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