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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김소정은 7시 30분에 나이트바에 도착했고, 약속 시간 보다 30분이 더 빨랐다. 강다은이 유니폼을 쥐여주며 말했다. “307호야. 직원으로 위장해서 담당자를 만나면 얼른 친한 척해. 무슨 일이 생기면 나한테 전화하고.” 김소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담당자 이름 알아?” “아니, 사람들이 누구한테 잘 보이기 위해 애를 쓰는지 관찰해보면 티가 날 거야.” 김소정은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다. 307호는 프라이빗 룸으로 유난히 크고 넓었다.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코를 찌르는 매캐한 연기 때문에 기침이 저절로 나왔다. 내부를 재빨리 훑어보자 남녀를 포함해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그녀는 카트를 밀고 들어가서 술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귀를 쫑긋 세우고 대화에 집중했다. 대부분 배불뚝이 아저씨들이며 화장을 떡칠한 여자들을 한 명씩 품에 안고 시답잖은 농담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말은 듣기 거북할 정도였다. 다시 말해서 담당자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거나 새로운 담당자도 같은 부류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리고 몰래 룸을 다시 둘러보는 순간 오른쪽 구석진 곳에서 또 다른 남자를 발견했다. 키 큰 사람은 앉아 있어도 티가 났다. 게다가 주변에 여자가 한 명도 없었고, 고귀하면서 건방진 분위기는 좌중을 압도했다. 그는 얼핏 봐도 신분이 높은 사람 같았다. 한창 추측을 이어가던 와중에 누군가 매우 공손한 태도로 남자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이에 김소정은 그가 바로 산해 공사장의 새로운 담당자라고 확신했다. 술을 전부 세팅하자 카트에 값비싼 레드 와인 한 병밖에 없었고, 강다은이 그녀를 위해 미리 준비한 것이었다. 이내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그제야 외모를 확인하게 되었다. 금테 안경을 쓴 얼굴은 피부가 유난히 하얗고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에 신사다운 분위기를 풍겼다. 결국 멋대로 몰래 ‘좋은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산해 공사장의 새로운 담당자이시죠? 만나서 반가워요.” 김소정은 남자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와인을 꺼냈다. 비록 돈 많은 사람한테 아무것도 아닐 테지만 빈손으로 부탁하기보다 낫지 않겠는가? 고서준은 눈썹을 치켜올렸고, 다정하면서 어딘가 낯선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날 찾은 이유가 뭘까요?” “현장에서 일하고 싶어요. 스펙도 나쁘지 않고 자격증도 취득했으니까 아무 일이나 시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소정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며 와인을 건네주었다. 고서준은 와인을 받아 들더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김소정은 깜짝 놀랐다. 그동안 현장에 취직하려고 갖은 애를 써도 실패했는데 상대방이 생각보다 너무 쉽게 허락해줘서 어안이 벙벙했다. 고서준이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노래 한 곡 불러줘요. 만약 내 마음에 쏙 들면 취직시켜줄게요.” 김소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술을 권하거나 성추행만 아니라면 노래쯤은 당연히 불러줄 수 있다. 이때, 배불뚝이 아저씨가 마이크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남자는 김소정이 다가오자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 오빠랑 같이 노래 한 곡 부르지 않을래?” 그러자 사람들이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마이크를 순순히 내놓을 것 같지 않은 모습에 그녀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네.” 이내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갑자기 남자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코를 찌르는 담배와 술 냄새에 김소정은 헛구역질이 났다. 심지어 허리까지 만지작거리자 이를 악물고 팔꿈치로 옆구리를 힘껏 찔렀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남자는 욕설을 퍼붓더니 대뜸 그녀를 걷어찼다. 그리고 바닥에서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김소정의 눈앞에 구두 한 켤레가 나타났다. 이내 고개를 천천히 들었고, 순간 안색이 돌변했다. 정지헌이 여긴 웬일이지? 귀신이 곡할 노릇도 아니고, 어떻게 가는 곳마다 마주칠 수 있단 말인가! “김소정?” 싸늘하면서 위엄이 담긴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려 퍼지자 김소정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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