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장
고서준은 김소정의 질문에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전에 이력서 넣은 적 있잖아요. 그때 번호 기억해뒀어요.”
“아, 그러셨구나.”
김소정은 별다른 의심 없이 그의 말을 믿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어떻게 됐나 궁금해서요. 내 친구한테 허락은 받았어요?”
김소정은 그 말에 시선을 내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제대로 된 부탁을 해보지도 못했으니까. 그리고 부탁을 한다고 해도 정지헌이 들어줄 리도 만무하고 말이다.
전화기 너머로 잔뜩 풀이 죽은 한숨 소리가 들리자 고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좀 도와줄까요?”
김소정은 그 말에 눈을 반짝이며 흥분해서 말했다.
“진짜요? 그래 주시면 저야 너무 감사하죠.”
그녀는 고서준은 정지헌의 절친한 친구이기에 그가 나서주면 정지헌도 허락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간과한 게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고서준은 남을 도와줄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고서준이 그녀를 도와주겠다고 하는 건 그저 심심한 일상에 사소한 재미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고서준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직 좋아하기에는 일러요. 일이 성공적으로 끝날지는 소정 씨한테 달렸거든요.”
“제가 뭘 하면 될까요?”
“닷새 뒤에 저희 할아버지 팔순연이 있거든요? 그때 연회에 참석해줘요.”
김소정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허락을 받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죠?”
고서준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당연히 상관있죠. 그때 그 친구도 연회에 오거든요. 내가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을 먹일 테니까 그때 소정 씨가 한번 얘기를 꺼내 봐요. 사람이 취하면 원래 뭐든 다 들어주려고 하잖아요.”
김소정은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그 정지헌이 술에 취해 이리저리 끌려가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녀는 이 방법은 여러모로 리스크가 많다고 생각했다.
만약 잘못했다가는 그 무서운 남자의 심기를 또다시 건드리는 게 될 테니까.
“어때요? 내가 생각해낸 방법?”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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