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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

김소정은 갑작스럽게 밀쳐진 탓에 몸을 이리저리 휘청거리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으며 엉덩방아를 찧는 것을 피했다. 그녀는 가슴을 쓸어내린 후 분노를 가득 담아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노골적인 분노에도 정지헌은 아무렇지 않은 듯 담배에 불을 붙이며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너 스스로 병원으로 가서 아이를 지우던가, 아니면 사고인 척 아이가 사라지게 만들던가.” 그 말에 김소정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차갑디차가운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 기분이었다. 정지헌은 처음부터 아이를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어젯밤 자기 아이라고 인정한 건 아이를 핑계로 빨리 이혼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럼 대체 왜? 혹시 할머니 때문에? 아니면 내가 직접 가서 아이를 지우거나 사고로 아이를 사라지게 만드는 게 여러모로 평화로울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게 그저 안타깝게 손주 하나를 잃게 된 일로 보일 거라서? 정말 그런 건가...?’ 정지헌은 무표정한 얼굴로 김소정을 빤히 바라보았다. “엄마인 네가 선택해. 네 아이의 죽음을.” 김소정은 주먹을 꽉 말아쥐며 피도 눈물도 없는 남자를 향해 물었다. “만약 이 아이가 지헌 씨 아이면 어떡할 건데요?” 그 말에 정지헌의 몸이 살짝 흠칫하더니 이내 그럴 일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렇게도 아이가 소중해? 그런 거짓말도 하고 싶을 만큼?” 김소정은 순간 어쩌면 사실대로 그의 아이라고 하면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입을 열었다. “거짓말 아니...” “만약 그게 내 아이라고 해도 나는 너한테 똑같은 선택지를 주게 되겠지. 내가 전에 너한테 했던 말을 벌써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정지헌은 김소정의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자기 아이일 수도 있다는 건 생각도 못 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 무척이나 짜증이 나 있는 상태였다. 눈앞에 있는 여자가 몸을 마음대로 굴리는 여자라는 것도 짜증이 나고 그런 그녀에게 욕망을 느끼는 자신도 혐오스러울 정도로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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