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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

진단서는 결국 정지헌의 손으로 넘어갔고 그는 구겨진 종이를 펴기 시작했다. 김소정은 그 모습을 보며 얼굴이 창백해진 채 몸을 덜덜 떨었다. 진단서에 적힌 내용을 본 정지헌의 눈은 무섭게 돌변했고 진단서를 쥔 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갔다. “김소정... 임신 8주?!” 김소정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 임신 안 했어요. 그건 그냥 병원에서 오진한 거예요!” “오진? 내가 등신으로 보여?!” 정지헌은 김소정의 얼굴에 임신 진단서를 던지더니 곧바로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 “네가 감히 나를 기만해?!” 무섭게 번뜩이는 그의 눈빛과 숨 막힐 듯한 분위기에 김소정은 입술을 덜덜 떨기만 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 죽여줄까? 응? 어떻게 죽여줘야 속이 시원하겠어?!” 정지헌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멱살을 잡은 그대로 그녀를 소파에서 일으켜 세운 후 우악스럽게 그녀의 팔을 잡으며 현관문 쪽으로 향했다. 김소정은 순간 두려움이 엄습해 그의 손을 덥석 잡으며 물었다. “뭐, 뭐 하려는 거예요?” 정지헌은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돌려 차갑게 웃었다. “이런 잡종은 태어나서는 안 되지. 안 그래?” “아, 안 돼! 안돼요! 아이가 무슨 죄가 있어요?!” 김소정은 그의 힘을 막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남자를 당해낼 수는 없었고 그렇게 맨발인 채로 집에서 끌려 나왔다. 그녀는 맨발로 끌려 나온 탓에 발바닥이 이리저리 쓸렸지만 아무런 감각도 못 느끼는 건지 아프다는 소리 하나 없이 그저 울며 빌기만 했다. “지헌 씨, 제발... 제발 부탁이니까 험한 짓은 하지 말아줘요! 이 아이는 사실...” 김소정은 아이의 아빠가 정지헌이라고 사실대로 말하려다가 문득 머릿속으로 자신의 아이를 임신해도 똑같이 없애버릴 거라는 정지헌의 말이 생각나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뭐가 됐든 정지헌은 아이를 없애버릴 게 뻔한데 굳이 그 날밤 일을 들먹일 이유가 뭐가 있을까. 만약 정지헌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지금보다 더 자신을 혐오하고 경멸할 게 분명했다. 김소정은 자신의 무능함에 끊임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갖은 상황에서도 버텨줬던 아이인데, 그렇게도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했던 아이인데 그런 아이를 지켜줄 방법이 없었다. 김소정은 아이를 향한 죄책감에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가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어 정지헌을 향해 외쳤다. “나랑 이혼하고 싶어 했잖아요! 당분간만 이 아이를 지헌 씨 아이라고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 바로 이혼해요! 이혼하고 나면 아이를 데리고 멀리 떠날게요. 정지헌 씨도 그때 가서 신지수 씨와 결혼하면 되잖아요!” 이게 그녀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이렇게라도 아이가 쓸모가 있다는 것을 어필해 정지헌으로부터 아이를 지켜내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정지헌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험악하게 변했고 그녀의 팔을 으스러트리려는 것처럼 힘을 세게 가했다. 김소정은 그 고통에 미간을 찌푸리더니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간 듯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정지헌은 그녀의 턱을 꽉 잡고 싸늘하게 말을 내뱉었다. “잘 들어. 나는 3년이라는 시간은 참아도 내 눈앞에서 잡종을 밴 여자가 어슬렁거리는 건 못 참아!” “이 아이 잡종 아니에요!” 김소정이 발끈하며 외치자 정지헌이 코웃음을 쳤다. “잡종이 아니면 뭔데? 설마 내 아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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