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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장 친구를 위해

한 달 동안의 주문을 나는 한다면 했다. 아무리 날 노려봐도 소용없었다. 돈이 많은 건 어쩐단 말인가. 가끔은 돈이 실력이었다. 주문을 하고 배달 기사를 지정하고 어두운 밤에 배달을 보내는 방식으로 먼저 간 조상을 위로하는 것을 좋아한다는데 성지태가 뭘 어쩔 수 있단 말인가? 성지태는 내 말에 씩씩대며 부풀어 올랐다. “소지안, 너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 “어머, 기억력 안 좋은 가 봐. 내가 말했지, 나한테서 멀리 떨어지라고. 너랑 임유민이 나랑 서로 간섭하지 않는 나날을 보내고 싶지 않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반격을 해야 하지 않겠어?” 감히 날 들러리로 세울 생각을 하다니. 하, 내가 그동안 너무 많이 봐줬다. 내 기분을 망치려 하다니, 그럼 일단 성지태부터 편하게 지낼 수 없게 해야 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어. 나중에 언제 너희들이 얌전해져서 알아서들 나 피해 다니면 더는 안 괴롭힐게. 안 그럼, 두고 보자고!” 손을 휘휘 내젓고 걸음을 옮기는 나는 별안간 한 가지를 떠올렸다. “참, 지난번에 빌려준 20억 말이야. 한 달 내로 갚아. 한 달 넘으면 너희 가문 어르신한테 가서 갚으려고 할 테니까.” 내 말에 성지태는 또다시 화가 치밀어 어쩔 줄 몰라 했다. 쌤통이었다. 나는 기분 좋게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하아, 아침부터 성질대로 받아치는 건 정말 기분이 상쾌해지는 일이었다. 임유민이 이 자리에 없던 게 참 아쉬웠다. 있었으면 아주 죽으라고 혼내줄 수 있었는데 말이다. 나는 흥얼흥얼 노래를 불렀다. 엘리베이터가 꼭대기 층에 도착했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문이 열리기도 전에 여자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미친,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엘리베이터 안에서 슬며시 고개를 내밀어 보니 무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안희란이었다. 언제 주경시에 온 건지 핑크색 잠옷에 신발도 신지 않고 맨발로 성영준이 지내는 방문 앞 바닥에 앉아 있었다. 허영재는 그 앞에 서서 가라고 설득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희란은 핏대를 세우며 곧 죽어도 가지 않겠다고 했다. “허 비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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