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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하늘이 돕네

“삼촌, 내가 장난이든 아니든 그건 일단 차치하고, 삼촌이 절 차단한 것만 봤을 땐 삼촌은 저한테 사과를 해야 해요. 그런 뒤 차단을 풀어주고 앞으로 다시는 차단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요. 안 그럼, 저 안 가요!” 성영준의 앞에서 내가 부리는 잔머리는 다 애들 장난 같은 것이었다. 한 입 거리도 안 됐다. 그래서 나는 아예 진짜 목적부터 털어놨다. 말을 마치자마자 약속했던 5분이 되었다. 그 띠띠거리며 울리는 알람음은 마치 5분이 되었으니 떠나라는 축객령같이 들렸다. 나는 숨을 헐떡거리며 눈물을 닦았다. “알았어, 울지 마.” 성영준은 끝내 휴대폰을 내게 건네며 스스로 차단을 풀게 했다. 나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앞으로 또 저 차단할 거예요?” 성영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약속 꼭 지켜요! 안 지키면 바보 멍청이예요!” 그가 고래를 끄덕이자 나는 기쁨에 눈물을 흘리며 눈을 깜짝였다. 찰칵찰칵찰칵. 그런 뒤 셀카 몇 장을 찍고는 가장 잘 나온 사진으로 성영준의 휴대폰 바탕 화면으로 설정했다. “흥, 이건 절 차단한 벌이에요. 한 달 동안 절대로 바꾸면 안 돼요.” 나는 씩씩대며 휴대폰을 성영준에게 돌려주면서 조용히 그의 휴대폰 모델을 기억해 뒀다. 성영준이 쓰고 있는 것은 검은색이니 이따가 시간이 나면 흰색을 사 나름 커플폰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됐어요, 그럼 방해 안 할게요. 바이바이~” 나는 곧바로 등을 돌렸다. 겉 보기엔 더없이 쿨하게 떠나는 것 같겠지만 사실 난 속으로 성영준이 쫓아 나오길 기다렸다. 이미 밤 8시가 넘은 시간인 데다 여자애 혼자서 술까지 마셨는데, 붙잡지는 않더라도 바래다는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히히덕 대면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벌써 엘리베이터에 다 탔는데도 성영준은 쫓아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참 매정하기도 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는 잔뜩 실망한 얼굴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클럽에서 나왔을 때엔 거의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세 번은 뒤돌아보고 있었다. 성영준은 정말로 나를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인 듯했다. 크게 숨을 들이켠 내가 막 택시를 잡으려는데 검은색 승용차가 빠르게 내 앞에서 멈췄다. 이내 창문이 내려가며 성영준의 무표정한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순간 내 얼굴의 모든 실망과 슬픔은 기쁨으로 뒤바뀌었다. “이대로 절 보내지 않을 줄 알았어요, 삼촌.” 나는 펄쩍 뛰면서 차에 올라탔다. 타이밍 좋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다시 두 눈시울을 붉히면서 서러운 얼굴을 했다. “오후에 결과를 받자마자 삼촌 찾아오느라고 밥 먹는 것도 잊었네요….” “먹고 싶은 거 있어?” 성영준은 전방을 주시하며 여전히 차가운 얼굴을 했다. 나는 순간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구이 돼요? 얼른 먹을게요. 삼촌 시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진 않을게요. 그냥 아무 노점에서 먹으면 한 시간도 안 돼서 다 먹을 수 있어요….” 나는 성영준이 거절이라도 할까 봐 두근대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성영준은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하지만 별안간, 차의 속도가 발라졌다. 그렇다는 건 동의한다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말을 참 아끼는 남자였다. 나올 때 되게 다급했던 듯 겉옷도 입지 않은 채로 지금은 검은색 셔츠 차림을 하고 있었다. 목깃 쪽은 단추도 채우지 않은 채 풀고 있었다. 내가 있는 각도에서는 단단한 목젖이 보여 섹시하기 그지없었다. 손목에는 시계까지 차고 있었다. 세상에나, 외제 차에 명품 시계, 멋있는 남자에 이따금씩 움직이는 목젖까지…. ‘저기를 물면 분명 기분이 아주 좋겠지.’ “소지안!” 아마 내 눈빛이 너무 뜨거웠던 탓인지 성영준은 차갑게 나를 흘겨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넌 여자애가 좀 조신하게 있을 수는 없어?” “좋아하는 사람이 앞에 있는데 아무런 느낌도 없다는 건 말이 안 돼요.” 별안간 가까이 다가간 나는 성영준의 팔에 기대려고 하는데 타이밍 좋게도 구이 가게에 도착했다. “안 내려?” 성영준은 차갑게 나를 쳐다봤다. 그 오만하고 금욕적인 모습은 나를 밀어내기는커녕 되레 나의 도전심만 자극했다. 언젠간 저 사람을 속세로 끌어내리고 더럽힐 마음만 가득해졌다. 띠리링. 성영준의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였다. 차에서 내린 뒤 나는 메뉴를 주문하면서 귀를 쫑끗 세우고 몰래 귀를 기울였다. 언뜻 성영준에게 포르투갈어 번역이 급하게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모레면 당장 출장을 나가야 할 정도로 급한 일인 듯했다. 정말 온 세상이 다 날 돕는 것 같았다. 아빠는 바로 그런 비통 용어 선생님이라 아버지의 강요하에 나는 7, 8살 때부터 유창하고 자연스러운 포르투갈어를 할 줄 알았다. “삼촌, 저 할 줄 알아요. 저 포르투갈어 할 줄 알아요. 저는 어때요? 월급 안 줘도 되고 먹여주고 재워주기만 하면 돼요. 마침 엄마가 저더러 방학에 알바해 보라고 했다간 말이에요!” 내가 쫄래쫄래 가까이 다가가자 나를 보는 성영준의 두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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