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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분명 잘못한 게 없음에도 김신걸의 무시무시한 눈빛을 마주하면 왠지 모를 두려움이 엄습했다. 하지만 이미 벽 귀퉁이에 숨은 원유희는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었다. 이때 소란스러움을 느낀 김국진이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야?” 그의 등장 덕분에 두 사람 사이의 기괴한 침묵이 끝날 수 있었다. 경호원이 달려와 김국진에게 허리를 숙였다. “회장님, 여자는 총상을 입고 호수에 떨어졌습니다. 시체를 찾고 있긴 합니다만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뭐? 총상? 여자? 그게 다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모르는 김국진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김신걸이 원유희를 향해 말했다. “타.” “가…… 가방 가지고 올게.” 그제야 정신을 차린 원유희가 벌떡 일어서 김국진을 향해 공손하게 인사를 건넨 뒤 손님방으로 향했다. 핸드백을 챙긴 원유희가 차에 타는 걸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던 김신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왔는데 이런 이벤트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제 명줄이 길어서 암살은 실패했지만…… 이 모든 걸 계획한 사람은 꽤 실망스럽겠어요.” 김신걸의 무덤덤한 말투에 표정이 일그러진 김국진이 노여운 가득한 목소리로 박인하에게 분부했다. “제대로 조사해. 호수든 어디든 샅샅이 뒤져서 찾으라고!” “네.” 박인하가 자리를 뜨고 김국진은 오랜만에 보는 손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뛰어난 외모와, 차가운 분위기. 과거 젊었을 때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잔인하고 차가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손자라 친할아버지임에도 그 눈을 마주할 때면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껴야 했다. ‘신걸이가 정말 김풍그룹을 장악하게 된다면…… 우리 가문에는 독이 되겠어…….” “걱정하지 마라. 누가 사주한 짓인지 이 할애비가 책임지고 찾아낼 테니.” 할아버지의 말에 김신걸이 코웃음을 쳤다. “만약 그 사람이 할아버지 아들이라면요? 철륜을 져버리실 수 있으시겠어요?” 김신걸의 말에 김국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덕배를 의심하는 건가?’ “네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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