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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영은 그 답을 알고 있었다. 이 정도 큰 규모의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 김풍그룹에게 이 정도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김신걸뿐일 것이다. 아버지인 김영을 바라보는 눈빛이며 내뱉는 말이며 분명 날서린 증오가 담겨있었지만 그저 말뿐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김풍그룹을, 자신의 본가를 파산까지 몰고 가려는 것일까?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됐지만 일단 급한 불부터 끄는 게 중요하니 김영은 체면을 접어두고 드래곤 그룹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김영은 드래곤 그룹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그 앞을 지키는 경호원에게 쫓겨나오고 말았다. 조금 더 강경하게 나가면 정말 때릴 기세인 경호원들의 모습에 김영은 아무런 성과없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평소 뉴스에 딱히 관심이 없는 원유희도 직원들의 입에서 김풍그룹이 곧 파산할 거라는 소식을 듣게 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김풍그룹은 제성의 굴지의 그룹, 국가적인 경제 위기도 없는 상황에서 멀쩡한 기업이 갑자기 파산하다니. 다들 어떻게 이런 일이 다 있냐며 혀를 끌끌 찼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던 그때, 바로 원수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무조건 김신걸 그 자식 짓이야! 그 자식 말고 누가 이런 짓을 하겠어. 내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그렇지 어떻게 자기 아버지한테 칼을 뽑아!” 울먹이는 고모의 목소리에 원유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오해가 있는 건 아닐까요?” 원유희는 이번 일에 김신걸이 연루되지 않았으면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김신걸이 이런 짓을 저지른 이유 중 그녀가 없었으면 했다. “네 고모부도 몰래 알아봤는데 누가 그러더란다. 드래곤 그룹이랑 무슨 일 있었냐고. 그런데도 오해라고? 너희 고모부가 드래곤 본사까지 찾아갔는데 문전박대도 모자라서 하마터면 맞을 뻔했대!” “네? 설마 다치셨어요?” 원유희이 눈이 커다래졌다.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친아버지를 때리나 싶을 테지만 워낙 예측불가의 폭력성을 보이는 김신걸이라면……. 차마 확신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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