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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차에 올라타자 고건은 차를 몰고 떠났다. 백미러에서 유희의 무기력한 모습이 보였다. "사실 대표님께서도 분명히 이 일을 조사할 거예요." 고건이 말했다. "조사 결과는 틀림없이 윤설과 아무런 관계가 없을걸요." 유희는 차창 밖을 바라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병원을 나온 후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원유희 씨는 대표님한테 있어 아주 특별한 존재예요." 고건이 말했다. "당신의 이런 위로는 나한테 그저 엎친 데 덮친 격이에요." 유희는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 "당신은 그를 대신해서 말할 필요 없어요. 나는 당신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고 있으니까요." 유희는 집에 돌아온 후 온몸에 힘이 풀린 듯 소파에 쓰러졌다. 지금까지 버티는 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신체적이든 심리적이든 그녀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수정이 올 때까지 그녀는 매우 우울했다. "왜 안색이 더 나빠졌어? 오후에 푹 쉰 거 맞아?" "텔레비전 봤어요." 유희는 핑계를 찾았다. "넌 쉬지 않고 텔레비전 봤어? 그러게 내가 너 혼자 살면 안 된다 했잖아, 어쩜 그렇게 고집을 부리니." "안 볼게요." 유희가 말했다. 수정은 한참 동안 잔소리를 했고 유희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저 그녀의 별장에 자서 지내라고 유희를 설득하는 말들이었다. 결국 수정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수정이 간 후, 유희는 아이를 보러 가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초췌한 모습에 아이들이 놀랄까 봐 좀 이따 가려고 했고 소파에 반쯤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검은 그림자가 그녀의 가냘픈 몸을 꽁꽁 뒤덮었다. 공기마저 응고된 것 같았다. 위험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익숙하고 무서운 분위기에 유희는 눈을 뜨는 동시에 몸이 굳어졌다. 약자가 강자를 마주할 때의 본능적인 반응과도 같았다. 유희는 팔로 몸을 받치고 뒤로 물러나며 경계에 찬 눈빛으로 실내의 대부분 빛을 가린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도 갑자기 나타난 악마와도 같았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리는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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