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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낙해평은 몸을 돌려 낙청연을 바라보면서 잠시 주춤했다. 낙해평의 뜸을 들이는 모습에 낙청연은 알 수 있었다. 낙해평은 낙청연이 저택에서 살풀이해서 정상이 된 다음 섭정왕에게 왕비를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사실 그는 낙청연을 다시 섭정왕부로 보낼 생각이 없었다. “네가 어릴 때부터 섭정왕을 좋아했다는 걸 이 아비는 알고 있다. 하지만… 네가 지금 이 꼴이니 섭정왕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구나.” 낙해평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네가 월영이 대신에 시집간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으니 난 월영이를 왕부로 보낼 생각이다.” 낙청연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낙월영이 섭정왕비가 된다면 그녀는 부진환이 자신을 총애한다는 점을 이용해 섭정왕의 권세를 누리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낙청연은 어머니의 유물을 되찾는 건 물론 살아있는 것조차 힘들게 될 것이다. 낙월영은 반드시 자신을 죽이려 할 것이다. 낙청연은 고개를 숙이면서 억울한 듯 훌쩍이며 말했다. “아버지, 제가 승상부에 영광을 안겨드리라 장담합니다.” 낙청연의 억지로 울음을 참는 모습에 낙해평은 마음이 잠깐 약해졌다. 게다가 조금 전 자신이 오해하여 낙청연에게 손찌검했으니 후회도 됐기에 낙해평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답했다. “그래, 그럼 내일 사람을 보내 널 섭정왕부에 데려다주마.” 낙청연이 얌전히 자신의 말을 따른다면 그녀가 섭정왕부에 시집가는 것이 아예 쓸모없는 일은 아니었다. 월영은 외모도 출중하고 재능도 많았다. 예전에 한 고승이 말하길 황후가 될 상이라고 했었다. 월영이 섭정왕부에 시집가지 않는다면 어쩌면 황후가 될지도 몰랐고, 그렇게 되면 정말 더없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었다. “감사드립니다, 아버지.” 낙청연은 감동했는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얌전히 내 말만 잘 듣는다면 네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게 해주마.” 낙해평은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하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그리고 그 순간, 낙청연의 눈동자는 더없이 차가워졌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을 닦았고 표정은 심드렁했다. 지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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