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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누구를 먼저 구할 거야?

나는 이젠 그 말이 그저 웃기기만 할 뿐이었다. 연하윤이 정말 맹장염이 도진 거라면 이렇게 빨리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실 수 있었을까? 서진혁은 아무리 말도 안 되는 말이어도 연하윤의 말이라면 그저 무조건 믿는 편이었다. 전생에, 서진혁은 연하윤이 나 때문에 화가 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는 말에 나를 집에 가두고 사람을 시켜 24시간 동안 감시하게 했었다. 그 바람에 아버지의 생신 잔치에도 참석하지 못했었다. 전생의 이러저러한 일이 생각나 나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꽉 악물었다. 서진혁에 대한 사랑도, 이미 소진이 된 지 오래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직 서진혁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나한테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해치기만 하는 바보 같은 친오빠에게서 도움을 바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나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번 생에는 그저 서진혁을 멀리하고 부모님과 나 자신을 보호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마음속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버럭 한마디 내뱉었다. “주변에 다른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당신이 직접 나설 필요는 없잖아. 지난번엔 파파라치한테 둘이 안고 있는 사진이 찍히고, 이번엔 다른 사람과 싸우는 장면이 찍혔으니 다음엔 함께 침대에서 뒹구는 모습이 찍히겠네?” “연은하.” 내 말에 서진혁은 노발대발하며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 “난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아. 당시 네가 나한테 하윤이를 잘 챙기라고 했었잖아. 그런데 지금은 나랑 하윤이 사이를 의심하고 있고…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나를 못 믿어도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동생은 믿어야 하지 않겠어?” 이 말을 듣고 나는 냉소를 금치 못했다. 전생에 내가 연하윤을 너무 믿었기 때문에 그렇게 비참하게 살았던 것이었다.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연하윤은 부동산 사업을 하는 유성 그룹과 아주 잘 어울렸다. 당시, 연하윤의 야망을 알기 전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고 몸이 좋지 않은 양동생인 그녀를 보살피기 위해, 그녀가 사업상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으면 하는 바람에 서진혁에게 부탁해 유성 그룹에 디자이너로 입사시켰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연하윤은 이 일로 인해 나를 더욱 미워했었다. 연하윤은 행여 그녀가 나와 재산 싸움을 벌일까 봐 일부러 자신을 태평 그룹이 아닌 유성 그룹으로 취직시켰다고 생각했었다. 사실 연하윤은 오래전부터 나를 미워했었다. 연하윤은 같은 연씨이지만, 태평 그룹의 10%나 되는 지분을 가지고 있는 나를, 서진혁처럼 멋진 약혼자가 있는 나를, 시기하고 질투했었다. 연하윤은 나와 명의상으로는 자매지만, 실제로는 하녀처럼 무조건 내 말을 따라야 하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건 전생에 나와 연하윤이 함께 화재 속에 갇혔을 때, 나한테 직접 알려준 것이다. 당시 그 말에 나는 그저 황당하다는 생각만 들었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해온 동생이 이렇게 그동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단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감히 어떤 하녀가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단 말인가? 연하윤은 나와 같은 집에서 지내면서 각종 성대한 연회에 참석하고, 많은 비즈니스계의 상류층 인사들과 만남을 가졌었다. 요 몇 년 동안, 나는 완전히 그녀를 내 친동생으로 대했었다. 주식과 회사의 일은 모두 부모님이 결정하신 탓에 나한테는 어떠한 결정권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 외에, 나는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최고의 것을 그녀에게 주었지만, 연하윤은 이런 것들은 그저 내가 선행을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나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 화재는 연하윤이 저지른 짓으로, 연하윤은 새로 이사한 집으로 나를 초대해 술을 마시게 한 뒤, 내가 술에 취해 잠이 들었을 때 기회를 틈타 불을 지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연하윤은 도망치지 않았다. 내가 짙은 연기에 잠에서 깼을 때, 연하윤은 내 옆에 서서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귀처럼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시 연하윤이 구구절절 나의 요 몇 년간의 죄행을 일일이 늘어놓는 것을 보고, 나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도망치려 했지만, 연하윤은 안에서 문을 잠가버렸었다. 아직까지도 내 목을 조르며 의기양양하게 웃던 표정이 눈에 생생했다. “난 조금 전에 이미 서진혁과 연준영에게 메시지를 보냈어. 한 명은 네 남편이고 다른 한 명은 네 친오빠야. 두 사람 중 과연 누가 널 구하러 올지 알아맞혀 볼래?” 그 말에 나는 연하윤을 미치광이라고 욕하며 그녀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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