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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오해

사실 전업주부로 지내온 몇 년 동안에도 혼자 디자인 도면을 그리고 디자인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었다. 그냥 집에서 심심해서 시간을 때우려는 게 아니라 디자인에 대한 열정과 사랑 때문이었다. 전생에 현모양처를 좋아한다는 서진혁의 말 한마디에 사랑하는 일을 그만두었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다행히도 이번 생에서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은 것 같았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나도 내가 언제 잠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밖은 짙은 어둠이 내려앉았었다. 휴대폰을 켜 시간을 확인해 보니 다음 날 정오까지 잠을 잔 것을 발견했다. 때맞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밥때가 되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소리였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고 밖에 나가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고 했다. 아무래도 혼자 밥을 하는 것은 힘들 뿐만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리니까. 그렇게 막 문을 나서자마자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여유로운 얼굴의 차도준과 마주치게 되었다. 차도준이 먼저 손을 들어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밖에 나가려고?” 나는 하품을 하고는 나른하게 말했다. “응. 가서 밥 먹으려고 너 오늘 출근 안 해도 돼?” “오늘은 주말이야. 사장님도 쉬어야지.” 차도준은 나를 힐끔 쳐다보고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나도 마침 밥 먹으러 갈 생각이었어. 어제 네가 나중에 밥 사준다고 했던 거 기억 나? 오늘 이렇게 만났으니 지금 같이 밥 먹으러 가는 게 어때?” 어차피 밥은 조만간 사야 할 것이었다. 하물며 어제 그렇게 큰 도움까지 줬으니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기왕 밥을 사는 것이니 아무런 식당이나 갈 수 없었다. 나는 이곳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을 찾아 미리 전화해서 자리를 예약했다. 레스토랑에 도착한 뒤, 우리는 음식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나와서야 나는 뜻밖에도 차도준이 주문한 음식이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약간 놀랐지만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만 생각하고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차도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딱딱한 게 껍질을 가위로 자른 뒤 내 앞 접시에 게살을 올려놓았다. “이것 좀 먹어봐. 아주 신선해.” 순간, 나는 잠시 어리둥절해했다. 막 고맙다는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귓가에 경악으로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언니가 왜 있어? 그것도 차 대표님이랑 같이 밥 먹고… 언니, 언제부터 차 대표님이랑 이렇게 친하게 지냈던 거야?” 이 가식적인 목소리는 고개를 들지 않아도 연하윤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속으로 말없이 눈을 희번덕이며 입안에 있는 것을 꾹 삼키고 나서야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연하윤의 곁에는 서진혁도 함께 있었다. 서진혁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옆에 늘어뜨린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요 며칠째 이혼하자고 난리를 치더니 벌써 재혼 상대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거군. 내가 차도준을 싫어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그와 엮이려는 거야?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도대체 언제부터 차도준과 연락을 주고받은 거야?” 나는 연하윤의 어깨에 걸치고 있던 서진혁의 손을 힐끗 쳐다보고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같이 밥 먹는 것만으로도 바람이라고 한다면 두 사람처럼 껴안고 있는 건 뭐라고 해야 해?” 그제야 서진혁은 뒤늦게 깨달은 듯 다급히 손을 치우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까 하윤이가 몸이 좀 불편하다고 해서 부축해 줬을 뿐이야.” 그 말에 나는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너무 치졸한 변명이었다. 그런 변명에 내가 속을 거라고 생각한 것인가? 그때, 조용히 밥을 먹고 있던 차도준이 갑자기 서진혁을 쏘아붙였다. “아내가 이혼하자고 하면 자기 자신한테서 이유를 찾아보는 게 아니라 다짜고짜 아내 탓을 하다니… 너 같은 멍청한 사람이 유성 그룹을 경영하고 있으니까 유성 그룹이 갈수록 몰락하고 있는 거야. 네가 다른 여자랑 밥 먹으러 나오는 건 정상적인 일이고, 은하가 나랑 같이 밥 먹는 건 바람이야? 옛날 사람 중에서도 너처럼 봉건적이고 보수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은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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