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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892화

“이태준 씨, 또 당신이네요? 뭐 하자는 거죠?” 진명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점점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진명 이놈 순정파였잖아? 서윤정과 약혼하는 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내가 손을 쓰기도 전에 임아린이 나 대신 약혼을 망쳐놨네?” 이태준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비아냥거렸다. 이미 사전에 채씨 가문과 연맹을 맺고 진명과 서씨 가문에 대적하기로 했지만 실력이 상당한 서씨 가문은 그렇게 건드리기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만약 정면충돌이 일어난다면 채씨 가문과 손을 잡아도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진명이 약혼식을 취소하면서 서씨 가문과 등을 돌렸으니 그에게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서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잃었으니 진명을 제거하려면 누워서 떡 먹기 아닌가! “이태준 씨, 원하는 게 뭐죠?” 진명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일 것 같니? 넌 몇 번이나 우리 가문이 하려는 일을 방해했었지. 오늘이 네 제삿날이야! 지금 당장 너랑 임아린을 저승으로 보내주지!” 이태준이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실력으로 그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진명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지금의 그는 예전의 진명이 아니었다. 아무리 서씨 가문이 등을 돌렸다고 해도 이태준의 손에 쉽게 쓰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놈 참 웃기는 놈일세! 진명, 저번에 임씨 본가에서 서씨 영감이 나서지 않았으면 넌 진작 내 손에 죽었어! 이제 서씨 가문도 너한테 등을 돌렸는데 누가 나서서 너를 구해줄 것 같아?” 이태준은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진명을 바라보았다. “이태준 씨, 그만하시죠!” “북왕, 사회에서 꽤 명망도 높은 사람이 왜 이렇게 약자를 괴롭히는 일에 재미 들렸는지 몰라? 수치심도 없어?” 차가운 웃음소리와 함께 남왕 김진성이 수하들을 데리고 이태준의 앞을 가로막았다. “김진성? 지금 진명 저 놈의 편을 들겠다고 나선 건가?” 이태준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진명이 남왕과 꽤 친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제 서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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