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장
강리나는 거의 조건 반사로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돌아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나름 온화하게 물었다.
“자는 줄 알았는데 연기였네요.”
성시후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자는 줄 알았으면 날 깨워서 침실까지 데려가야 하는 거 아니야?”
“소파에서 자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죠.”
“난 너랑 자는 게 더 좋아.”
그는 일부러 투덜거리며 그녀에게 쏘아붙였고 바라보는 두 눈빛에서도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공격적인 뜻이 담겨 있었다.
성시후가 가까이 다가오자 강리나도 가슴이 움찔거렸다. 당장이라도 그에게 집어 삼켜질 것만 같았다.
강리나는 몸을 홱 돌리고 위층에 올라갔다.
성시후는 계속 쫓아왔지만 그녀를 막아 나서지는 않고 묵묵히 뒤따라 침실로 들어갔다.
그는 발로 문을 잠근 후 긴 팔을 뻗어 그녀의 두 팔을 문에 바짝 붙이고 다리 사이에 그녀의 몸을 고정시켰다. 이어서 늘씬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짚고 매혹적인 눈길로 그녀의 두 눈동자를 빤히 쳐다봤다.
“이 집안에서는 절대 나한테서 못 벗어나!”
거리가 가까워지자 강리나는 그제야 성시후의 몸에서 풍기는 술 냄새를 맡았다.
‘오후에 그런 전화가 오더니 진짜 술 마셨네. 아니 근데 지금 멀쩡하게 날 괴롭히는 걸 보면 과음한 건 아닌가 봐.’
“왜 이래요 대체?”
“뭐가 왜 이래야? 어젯밤에 분명 나랑 약속했잖아. 물건 다 사 왔으니 오늘은 무조건 같이 자는 거다. 번복하기만 해봐?!”
그는 말하면서 손을 들어 올렸는데 언제 챙겼는지 네모난 봉투를 그녀 앞에 갖다 댔다.
강리나는 콘돔을 본 순간 표정이 살짝 변했다.
반나절이나 바삐 돌아치고 아직도 신경 써야 할 업무가 많아 심신이 피로한 상태였다. 심지어 의뢰인에게 그의 최신 제안이 거절당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아직 정리가 안 됐는데 성시후의 머릿속엔 왜 온통 그런 생각뿐일까?
강리나는 왠지 모르게... 짜증이 밀려왔다.
그녀는 콘돔을 들고 있는 그의 손을 내리누르며 두 눈을 빤히 쳐다봤다.
“나 오후에 업무 때문에 교외 다녀와서 지금 너무 피곤해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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