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장
여기가 그의 방이 맞나?
박태성은 일부 권한을 부여받은 후로는 오아시스 빌리지에서 지내며 본가에 거의 머물지 않았다.
본가에 그의 방이 남아있기는 해도 사적인 물건 하나 없이 여느 손님방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분홍빛의 아늑한 방을 바라보며 박태성은 말 그대로 잠시 얼어붙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뒤따라오던 온채원을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들었다.
“네가 할아버지한테 이렇게 만들어달라고 했어?”
온채원이 아무 말도 하기 전에 저쪽에서 박민철이 다가와 끼어들었다.
“내가 알아서 너희 신혼 방 꾸민 거다. 불만 있으면 알아서 다른 방으로 가.”
박민철은 박태성을 퉁명스럽게 대했다. 아무리 그가 강요한 결혼이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온채원 같이 바른 아이를 멋대로 괴롭힐 수는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박민철이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박태성이 곧장 고개도 돌리지 않고 저택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겠지만 지금 그는 이렇게 답했다.
“마음에 드네요.”
그는 온채원을 방안으로 끌어당겼고 박민철이 따라 들어가려고 하자 방문을 닫고 잠그기까지 했다.
문 앞에 있던 박민철의 눈썹이 저 위로 날아갈 기세였다.
방금 무려 저 망할 놈의 입에서 마음에 든다는 말이 나왔다.
게다가 직접 온채원의 손까지 잡았다.
‘오늘 태성이가 기분이 좋은가?’
박민철은 호기심이 생겨서 안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려고 문에 귀를 댔지만 방음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박민철이 눈을 흘기며 중얼거렸다.
“내일 당장 이 문을 바꿔야지.”
말을 마친 그는 저도 모르게 살짝 웃었다.
온채원에게 정말 못 살겠다면 이혼해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두 사람이 잘 살기를 바랐는데 이제 조금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방 안에서 박태성은 노란색 소파에 앉았다.
키가 크고 위압적인 남자가 여리여리한 색상의 소파에 앉다니.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온채원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박태성 씨, 무슨 할 말 있어요? 일부러 내 과거의 일들을 다시 들추려는 거면 나도 더 이상 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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