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장
주수연의 잔꾀가 나의 무자비함에 폭로되자 그녀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해져 버렸다.
허나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고귀한 이미지를 챙기고 있었다.
“나하고 지훈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거라고 확신하는 거죠?”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없는지 다른 사람의 확신이 필요한 건가?
정말 자기가 저지른 짓을 인식하지 못하는 건가?
교양이 있는 나로서는 더욱 모진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고 주수연은 눈시울을 붉혔다.
“지금 사람들의 생각이 어쩜 이렇게나 허무맹랑한지 모르겠네요.”
아주 자기만 고상하다고 홍보를 하고 있네...
“한나은 씨, 지훈이는 좋은 남자예요. 지훈이한테 믿음도 못 주는 한나은 씨는 지훈이 옆에 있을 자격이 없는 것 같네요.”
주수연의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
강지훈한테 나는 어울리지 못한다고 말하려고 앞에서 그렇게나 많은 말들로 기반을 마련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한테는 분명 뒷말이 더 있었을 것이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연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말을 꺼냈다.
“한나은 씨, 진짜로 지훈이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헤어질 생각인 거예요?”
그녀는 나한테 함정을 치고 있었다.
진짜 내가 멍청해 보이는 건가?
나는 조소적으로 미소를 지었다.
“내가 헤어지겠다고 하면 마침 주수연 씨가 가지겠다고 하려고요?”
얼굴 표정이 굳어진 주수연은 작은 입술을 앵두처럼 오므리더니 연약함과 고혹미를 유감없이 표현하고 있었다.
다만 남자가 아닌 나로서는 그런 모습에 마음이 약해질 리가 없었다.
“지훈이는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해요.”
주수연은 자신의 속셈을 털어놓았다.
시선을 떨구고 그녀의 평평한 아랫배를 보고 있던 나는 이내 그녀가 신은 단화를 살폈다.
“주수연 씨가 아껴주고 싶은 건가 본데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주수연은 안색을 흐리더니 축 늘어진 손으로 옷자락을 덥석 움켜쥐었다.
“주수연 씨, 내가 미리 한마디 일깨워줄까 하는데 설령 나하고 강지훈이 헤어진다고 해도 강씨 가문에 들어가기는 어려울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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