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장
그토록 노골적인 얘기는 나도 난생처음 해 보는 말이었다.
진형우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있다 이내 담담하게 답을 했다.
“생각이 많으시네요.”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대로 몸을 돌리고 수박을 자르고 난 그는 검열을 기다리는 병사들처럼 접시에 가지런히 놓고 있었다.
접시에 담긴 수박을 보며 나는 문득 다시 그의 방을 점탐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안 먹어? 보기만 해도 배부른 거야?”
어르신은 나를 놀리고 있었다.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니었어...
남을 욕할 때는 두 손을 허리에 짚고 위풍당당하더니 남을 배려할 때는 자상하고 부드럽고 또 애매모한 말들은 늘 입에 달고 사는 듯했다.
“어르신 기다리고 있었어요. 방금 저 대신에 분풀이해 주셨잖아요.”
나도 장난스레 답을 하고는 가장 큰 수박을 어르신에게 건넸다.
어르신은 사양하지 않고 수박을 손에 받아 들더니 한 입 크게 물었다.
“달긴 다네. 근데 혈압이 높아서 많이는 못 먹겠다.”
나도 수박을 먹기 시작했지만 진형우는 방에 돌아간 이후로 나오지 않았다.
저녁 시간이 다 되자 그는 또 집을 나섰다.
왠지 그한테 저녁은 안 먹는지 묻고 싶었다.
허나 발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입을 열 시간조차 없었다.
어르신은 옆에서 흥얼거리고 있었다.
“형우가 도도한 놈이야. 나은이 너라서 특별하게 대했던 거였어.”
나한테만?
무슨 뜻인지 나는 묻지를 않았었다. 그런데 그가 문질러줬던 게 효과가 있었던 건지 한잠을 자고 났더니 발목의 통증이 사라졌다.
아침에 깨어나자 마당에는 아무 사람도 없는 듯 조용하기만 했다.
나는 슬립 치마 차림으로 방을 나섰고 마침 바깥쪽 돌의자에 앉아 있는 그 두 눈과 마주치게 되었다.
진형우는 나한테 시선을 멈춘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돌렸지만 그가 귀가 빨개졌다는 걸 발견했다.
그 행동에 고개를 숙여 옷매무새를 확인했더니 나도 얼굴이 빨개져 버렸다.
나는 얼른 방으로 돌아가려 했고 어르신은 열정 넘친 어조로 나를 불러세웠다.
“나은아, 방에 왜 다시 들어가려고 그래? 얼른 와서 죽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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