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주수연 씨가 왜 여기 있어요?” 마찬가지로 놀란 고진영은 주수연을 보며 물었다. 주수연은 입고 있는 잠옷을 정리하며 말했다. “여기서 사니까요.” 그녀의 시선은 내 손에 쥐어진 열쇠에 옮겨졌다. “노크도 없이 남의 집에 들어오는 건가요?” 고진영은 앞으로 한 걸음 나갔다. “아니, 이 집은 강 대표님이 나은 씨를 위해 준비한 거예요.” 고진영은 허둥지둥 강지훈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너무 당황한 건지, 고진영은 실수로 스피커를 눌렀다. “대표님, 성화의 집은…….” 하지만 고진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지훈이 먼저 그의 말을 잘랐다. “그 집은 주수연한테 줬어.” 그러자 주수연 입가의 웃음이 순간 짙어졌다. “그럼 나은 씨는…….” 고진영이 또 물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지훈이 대답했다. “나은이한테 다른 걸 줄 거야. 그리고 이 일은, 나은이한테 알려주지 마.” 고진영은 너무 어색했는지, 빨개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마치 나한테 잘못을 한 사람이 강지훈이 아니라, 본인인 것처럼.”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못 했다. 아무래도 자기의 실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먼저 강지훈한테 물어보고 날 데려왔어야 했는데.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도 이 자리에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고진영이 해고당할 위험이 있을 테니까. 올해 경제가 안 좋아서, 회사에 많은 직원을 해고했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일자리는 건 아주 어려웠다. 게다가 고진영은 지난달에 여자 친구를 사귀었다. 만약 지금 내가 사실을 밝힌다면, 고진영은 아마 연애도 제대로 못 하고 끝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한 내 자신이 대견스럽기만 했다. 고진영은 조용히 전화를 끊고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은 씨…….” “진영 씨 때문 아니에요.” 그리고 난 잠깐 멈추었다. “옆에서 차 마시면서 기다리세요. 주수연 씨랑 할 말 있으니까.” 주수연은 배 아픈 연기를 하면 증인이 없을까 봐, 고진영을 밖으로 내보지 않았다. 나는 주수연의 한번 훑어보았다. 그녀도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