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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장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나는 형식적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탁자 위에 있는 찻잔을 손에 들어 어루만지더니 숙모 노하영은 소파에 앉았다. “너 요즘 새로 출시한 게임으로 돈 좀 많이 벌었지? 이 회사 인테리어를 보니 값비싸 보이네.” 나는 굳이 빙빙 돌려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기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숙모, 무슨 말씀이든 직설적으로 하세요. 저희가 남이 아닌데.”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히죽히죽 웃으며 몸을 내 옆으로 바짝 붙였다. “실은 이 숙모가 너한테 부탁할 일이 좀 있어서 그래.” 흥미로워진 나는 한쪽 눈썹을 살짝 올렸다. “무슨 일이죠?” 곧이어 노하영은 내 손을 잡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참 착한 아이잖니. 우리 아들, 네 사촌동생 기억하니?”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녀에게 아들이 있던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내 기억 속 그 사촌은 고등학교 시절에 멈춰 있었다. 그때 그는 문제아로 늘 게임방이나 PC방에 드나들며 시간을 보냈고 학교에서는 퇴학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 결국 노하영이 많은 돈을 써서 간신히 퇴학을 막았지만 말이다.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기억나죠. 그런데 왜요?” “다름이 아니라 네 사촌동생이 지금도 변변한 직장이 없어. 네가 이제 로엘 그룹의 대표가 되었으니 그 애를 너희 회사에 취직시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촌인 네가 좀 챙겨주면 좋잖아.” 부탁하는 것이었지만 말투는 당당했다. “네가 로엘 그룹의 대표인데 사촌동생 하나 회사에 들이는 거 어렵지 않잖아?” 그녀의 가식적인 태도에 나는 속으로 비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나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나서 능청스럽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숙모, 말씀은 그럴듯하지만 저희 회사에 입사하려면 사촌동생이라도 이력서가 필요해요. 이력서 가지고 오셨나요?” 순간 노하영은 당황한 듯 잠시 멍해 있더니 곧 뭔가 깨달은 듯 손뼉을 쳤다. “아, 이력서! 오늘 깜빡하고 안 가져왔네.” 그러더니 내 옷깃을 살짝 잡아당기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도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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