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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장

박시아의 상처 가득한 눈빛에 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박시아, 너 정말로 네 마음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거야? 네가 내게 느끼는 감정이 죄책감이 아니라 진짜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 “아직 확신하지 못하겠다면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마.” 나에 대한 그녀의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결혼 3년 동안 나를 철저히 무시하던 박시아가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나를 사랑하게 됐다고 믿기엔 너무나 터무니없는 이야기였다. 내 말에 박시아는 고개를 떨구며 침묵에 빠졌다. 그 반응은 예상대로였는지라 나는 피식 냉소할 수밖에 없었다. “박시아, 나는 이미 말했어. 과거는 지나간 일이고 더 이상 너와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다고.” “나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왜 나를 붙잡고 있는 거야? 너의 이런 행동이 내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어.”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갔다. 박시아가 이제는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 예상과 달리 몇 분 뒤 그녀는 다시 나를 따라와 내 앞을 막아섰다. 깊이 숨을 들이마신 그녀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도준, 인정할게. 결혼하고 2년 동안 나는 너를 사랑하게 됐어!” 그녀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결혼해서부터 나를 사랑해왔었다고? 아니. 그럴 리가 없어.’ 결혼 후 3년 동안 그녀는 나를 철저히 무시했고 나에 대한 냉대는 점점 더 심해졌다. 내가 아무리 박시아에게 잘해도 그녀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내 사랑을 외면했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나는 그녀에게 한 걸음씩 다가갔다. “네가 나를 사랑한다고? 그럼 이현태는 뭐였는데? 기억나? 그 사람 때문에 너는 나랑 이혼까지 하려 했잖아!” 입술을 달싹이던 박시아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간신히 말을 꺼냈다. “이현태에 대한 내 감정은 그저 집착일 뿐이었어. 이제서야 깨달았어. 내가 진정 사랑한 사람은 항상 너였어.” 그녀는 내 손을 잡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 다시 시작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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