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장

“대답해!” 한옥자가 있는 힘껏 미는 바람에 고아람은 중심을 못 잡고 휘청이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시 중심을 잡으려다 그녀는 팔꿈치로 테이블 모서리를 박았다. 고진욱이 딸에게 눈짓했다. “네 엄마 더 화나게 하지 말고 우선 가.” 고아람은 아버지를 보다 이혼 서류들을 가방에 넣고는 집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등 뒤로 한옥자의 고함이 들려왔다. “가서 울든 빌든 반드시 서지훈과 재결합을 해야 해.” 눈물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툭 떨어졌다. 고아람은 여전히 고집스레 허리를 세운 채 지지 않으려 했다. 차에 탄 그녀는 멍하니 저 멀리를 바라보다 한참이 지나서야 시동을 걸고 떠났다. 호텔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묵고 있는 층수에서 내린 고아람은 자신의 방문 앞에 서 있는 서지훈을 발견했다. 걸음을 멈춘 그녀는 곧바로 등을 돌려 가려고 했다. 서지훈은 그런 그녀를 발견했다. “고아람.” 서지훈이 물었다. “피한다고 피할 수 있을 것 같아?” 고아람이 등을 돌려 다가갔다. “뭐 하자는 거야?” 서지훈이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머리카락을 자른 탓일까, 느껴지는 분위기부터가 완전히 바뀌었다. 예전의 온화하고 청순한 느낌이 아니라, 지금의 그녀는 강인하고 냉랭한 멋이 있었다. 그는 문턱에 몸을 기댔다. “나랑 이렇게 얘기하려고?” “우리 사이에 무슨 할 얘기가 있어.” 고아람의 두 눈에는 차가움과 무시와 복잡함이 뒤섞여 있었다. “나랑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차피 네 엄마는 나랑 얘기할 거니까.” 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협박이야?” 고아람은 주먹을 꽉 쥐었다. 서지훈도 딱히 부정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 고아람이 방문을 열었다. “들어와, 얘기 좀 해.” 서지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방으로 들어온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서 지내는 거야?” 호텔의 방은 그다지 크지는 않았다. 침대 하나에 테이블 하나가 전부였다. 요 며칠 그녀가 돌아오지 않은 데다 그녀가 없을 땐 청소를 하지 말라고 해놨던 탓에 창문도 열어놓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