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장
“괜찮아졌어?”
여준수가 물었다.
“응. 많이 괜찮아졌어.”
정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준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나무랐다.
“앞으로 하지 못할 일은 하지 마.”
비록 꾸짖는 말이었지만 정은지의 마음은 오히려 달콤해졌다.
만약 뜨거운 물에 다치지 않았다면 여준수가 자신을 이렇게 신경 쓴다는 걸 알 수 있었을까?
물을 다 씻어내고 여준수는 정은지를 데리고 나와 연고를 발라주었다.
아마도 그녀가 아플까 봐 걱정이 됐는지 여준수는 아주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그녀를 대했다.
그런 여준수를 보며 정은지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정은지는 입술을 깨물더니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래도 나를 신경 쓰고 있나 보네...”
하지만 여준수는 멈칫하더니 갑자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착각이야.”
‘뭐?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정은지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여준수, 정말 자존심 강하네. 나 신경 쓰고 걱정하면서 입으론 아니라고 하네. 흥!’
그렇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정은지는 자신이 정말로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손재주도 없고, 뭐 하나 잘하는 게 없었으니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여준수에게 어울리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고 싶었다.
‘예절 교육, 요리, 그리고 제과 제빵에서도 앞으로 많이 배워야겠네. 더는 이렇게 허송세월을 보내서는 안 돼! 필요하다면 태권도나 호신술도 배우고 싶은데. 그러면 다음에 고하준 그놈이 다시 나타난다고 해도 주저 없이 업어치기로 제압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하하하.’
고하준이 코피를 흘리며 용서를 비는 모습만 상상해도 정은지는 즐거웠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밤이 되었다.
시간이 늦어지자 여준수는 정은지를 집에 데려다주기로 하고 일어섰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엄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저희는 먼저 갈게요.”
강순자는 이 말을 듣고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앞으로 은지를 자주 데려와야 해.”
강순자가 당부했다.
정은지는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 마세요, 할머님. 꼭 자주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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