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장
깨어난 그녀를 본 여준수는 오히려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걱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정은지에게 물었다.
“깨어났어? 지금은 좀 어때? 아직도 많이 아파?”
정은지는 이런 여준수의 모습이 처음인지라 조금 어색한 기분에 사로잡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그냥 기운이 없을 뿐이야. 준수 씨, 나 좀 부축해 줄래?”
마음속에 죄책감이 있었던 여준수는 당연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두 손으로 정은지의 어깨를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다.
예기치 않게 그 순간 정은지가 몸을 기울이더니 가볍게 여준수의 품에 등을 기댔다.
순간 여준수의 몸이 굳어버렸다.
그때 정은지가 천진난만하게 고개를 들더니 신의 분노를 살 정도로 잘생긴 여준수의 얼굴을 바라보며 즐거운 듯 물었다.
“어? 왜 이젠 날 피하지 않아?”
그 질문에 여준수는 잠시 멍해졌다. 하지만 정은지의 눈빛은 너무 투명했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듯했다.
여자의 직감은 언제나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정확했다.
한동안 여준수가 꾸준히 그녀를 피해 다녔던 것을 정은지가 어떻게 느끼지 못할 수 있겠는가?
여준수가 피한다면 정은지는 기어코 찾으려 했다.
이런 정은지의 모습을 보고 여준수는 그녀가 기력을 거의 회복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갑자기 본연의 차갑고 딱딱한 태도로 다시 돌아갔다.
“아직 몸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여기 누워서 좀 쉬어.”
여준수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밀어내고 발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
이번에도 아무런 설명 없이 떠나려는 그를 보며 화가 치밀어오른 정은지는 손을 내밀어 여준수를 힘껏 잡아당겼다.
“준수 씨, 우리 사이에 할 말이 있으면 터놓고 말할 순 없어? 지금껏 나는 준수 씨가 무슨 이유로 화가 난 건지 전혀 모르겠어.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어?”
정은지는 여준수를 바라보며 포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며 말했다.
“만약 내가 정말 잘못한 게 있는 거라면 말해 줘. 내가 고칠게. 하지만 이렇게 말 한마디 없이 날 밀어내지만 말아줘. 그럴 수 있지?”
정은지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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