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뜨거운 태양 아래.
검은 롤스로이스가 멈추자마자 정은지는 다급히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여준수의 손을 잡고 근처의 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이 레스토랑은 정은지가 예전에 한 번 와본 중식당으로 요리가 정통이고 지역 특산 음식도 매우 맛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메뉴를 고를 때, 정은지는 메뉴판을 여준수에게 건네며 말했다.
“난 선택 장애가 있어서 준수 씨가 골라줘.”
여준수는 거절하지 않고 천천히 일고여덟 개의 요리를 골랐다.
음식은 금방 나왔고 잠시 후 테이블은 음식으로 가득 찼다.
정은지는 젓가락을 들어 천천히 음식을 맛보았다. 하지만 몇 입 먹자마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 이 테이블의 모든 음식이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순간 울컥하며 하마터면 정은지는 눈물을 흘릴 뻔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던 거야?’
반면, 정은지는 여준수의 취향을 전혀 알지 못했다. 정말이지 지금 당장 자신을 몇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은지가 젓가락질을 멈추자 여준수는 젓가락을 들어 몇 가지 음식을 맛본 후 물었다.
“왜 안 먹어? 입맛에 안 맞아?”
정은지는 코를 훌쩍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야, 아주 맛있어.”
그녀는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지만 눈은 끊임없이 여준수에게 향해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준수는 정은지의 계속된 시선에 불편해졌다. 그래서 젓가락을 내려놓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말해봐,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 강하게 나가는 게 안 통하니까 이제 부드럽게 행동하는 거로 수단을 바꾼 거야?”
정은지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그녀는 여준수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아보려던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행동이 너무나도 잘못되었기 때문에 여준수가 믿지 않을 것이 분명했으니 말이다.
정은지는 대답하는 대신 화제를 돌리며 평온하게 말했다.
“오늘 밤 스카이 별장에 가서 머물려고 하는데 준수 씨도 같이 갈래?”
이번에는 여준수가 놀랐다. 그녀가 그렇게 말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여준수의 기억 속 정은지는 최대한 그와 멀리 떨어져 있으려고 한 사람이었다.
‘평생 스카이 별장에 돌아가지 않으려고 해야 정상인데... 왜 갑자기 같이 스카이 별장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하는 거지? ’
여준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정은지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갑자기 그는 벌떡 일어나 차갑게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내가 동의하지 않을 거니까.”
말을 마치고 그는 돌아서서 나가버렸고 커다란 뒷모습은 점점 문밖으로 사라졌다.
정은지는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너무 성급했어. 천천히 해야 하는 데...’
...
식사 후, 정은지는 스카이 별장으로 돌아갔다.
한 생을 지나 다시 돌아오니, 과거의 모든 것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집에 들어서자 그녀는 집사 이은실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은실은 놀란 표정으로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정은지는 그녀의 놀란 표정을 보고 미소 지었지만 아무 말 없이 위층으로 올라갔다.
침실 문을 열자 익숙한 장식과 배치가 눈에 들어왔다. 정은지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모든 가구의 배치는 정은지의 취향에 맞춰진 것이었고 정씨 가문 저택인 그녀의 침실을 복제한 것이었다.
여준수가 이 침실을 꾸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예전의 정은지는 그 고마움을 몰랐다.
정은지가 회상에 잠겨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핸드폰을 들어보니 한아진이었다.
곧 전화를 받았고 한아진의 부드럽고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어디야?”
정은지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
“나 스카이 별장에 있어.”
한아진은 몇 초간 침묵하다가 날카로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왜 거기로 돌아간 거야?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러자 정은지는 냉소를 지었지만 여전히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혼집이니까 당연히 여기로 돌아와야지. 게다가 지금 집으로 가면 우리 아빠 성격상 나를 쫓아낼 거야.”
전화 건너편에서 한아진은 핸드폰을 꽉 쥐었다.
‘확실히 뭔가 이상해졌어. 은지가 스카이 별장으로 돌아가면 준수 씨와 더 자주 만나게 될 거야.’
그것은 한아진이 가장 원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핸드폰을 꽉 쥐며 말했다.
“하하, 당연히 그래야지. 네가 오해한 거 아니야? 난 그런 뜻이 아니었어. 오늘 전화한 건 내일 동창회가 있어서 알려주려고. 하준 씨도 올 거야. 그래서 바로 너한테 연락했지.”
정은지는 이 말을 듣고 냉소를 지었다.
‘한아진, 너 참 급하구나?’
기억에 따르면, 전생에서 그녀는 동창회에서 술을 좀 마시고 한아진의 계략에 빠졌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정은지는 고하준과 호텔 방에 들어갔고 여준수에게 딱 걸렸다.
그 사건으로 인해 정씨 가문과 여씨 가문은 사이가 매우 어색해졌고 결국 어른들이 중재했다.
‘하하.’
정은지는 속으로 냉소했다.
‘또다시 같은 수법을 쓰려는 건가?’
한아진은 과거에 자신을 순순히 따르던 정은지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렇게 나온단 말이지? 그래, 끝까지 놀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