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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장

생각을 정리할 새도 없이 문을 열자 유현영이 여준수를 부축하고 서 있었다. 정은지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었고, 목소리도 차갑게 변했다. “현영 씨가 왜 여기까지...” 유현영은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방금 회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에요. 준수 씨가 조금 취했어요. 나만 술을 안 마셔서 데려다주게 됐어요.” “그래요?” 정은지는 그 말을 듣고 약간 안도하며 여준수를 받쳐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 많았어요.” “별말씀을요. 제가 할 일이었죠.” 유현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준수 씨가 술에 취하면 항상 제가 데려다줬어요. 그래서 익숙해요.” 그 말은 마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듯 자연스럽게 들렸다. 정은지는 속에서 살짝 불쾌함이 밀려왔지만, 딱히 반박할 말은 없었다. ‘다 내가 그동안 너무 철없었던 탓이야. 이제 다시는 이런 기회를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거야.’ 정은지는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이 남자는 내 남편이야. 앞으로 그 누구도 여준수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할 거야.’ “예전 일은 예전 일이고, 앞으로는 제가 제 남편을 돌볼 거니까, 이제 더 이상 그런 수고는 하지 않아도 돼요. 오늘 일은 정말 고마워요.” 정은지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현영 씨, 시간이 늦었으니 들어와서 물 한잔하라는 말은 안 할게요. 조심히 돌아가요.” 말을 끝내고 정은지는 문을 닫았다. 유현영은 더 할 말이 있었지만, 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이 여자를 자극하려고 했는데, 별 반응이 없네. 생각보다 멍청하진 않군. 하지만 여전히 어리석지.’ 유현영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돌아섰다. ... 여준수는 워낙 키가 크고 건장하다 보니 그를 부축하는 건 정은지에게 꽤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정은지를 더욱 화나게 만든 것은 여준수의 셔츠 깃에 찍혀 있는 립스틱 자국이었다. 정은지는 순간 눈빛이 차가워졌고 속으로 분노했다. ‘정말 짜증 나!’ 그러나 그 분노는 여준수가 아닌 유현영을 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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