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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장

강순자와 여중구도 그들 뒤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넓은 거실에는 어느샌가 두 사람밖에 없었다. 여준수는 정은지는 훑어보며 그녀가 한 말을 다시 머릿속에서 되새겨 들었다. 심장이 힘 있게 뛰었다. 당당하게 얘기하는 모습은 거짓이 없었다. 하지만 예전에 일들을 생각해 보면 여준수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의심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내로 이토록 사람이 바뀔 수가 있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일 듯 미워했는데 인제 와서는 일편단심으로 대해주겠다고 하니 정말 많이 바뀌어졌다. ... 한씨 저택. 한아진한테는 최악의 저녁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녀는 몇 번이고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했지만 여전히 화가 났다. 이거 전부다 정은지가 계획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리를 쥐어짜서 생각해 낸 방법들이었는데 물속으로까지 뛰어들었는데도 정은지는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일을 넘겼다. 너무 짜증이 났다. 한아진은 아픔도 느껴지지 않는 듯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깨물었다. ‘꼴 보기도 싫어.’ 집으로 들어서자 한아진은 바로 신발을 갈아신고 샤워를 하려고했다. 몸에 감긴 액운을 일단 먼저 털어내고 싶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망신스러운 것, 그래도 집이라고 기어들어 오는 것 좀 봐?” 열심히 피부관리를 하고 있는 여자는 푹신한 가죽 소파 위에 기대앉아 까칠스러운 목소리로 비아냥댔다. 그녀의 옆에는 굽신거리며 여준수한테 사과했던 한지성도 같이 앉아 있었다. “어머니,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한아진은 시큰둥하게 인사를 했다. 김희진는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고 싶지 않았다. “소문으로 전해 들었어. 오늘 파티장에서 크게 망신 났다면서? 그러게, 똑바로 걸었어야지. 인어공주라도 되는 줄 알았어?” 한아진은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김희진의 입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싶었다. “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애인이 낳은 사생아인 데다가 정실부인인 김희진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기에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그럼 더 조심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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