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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장

한아진은 급히 말을 바꿨다. “그,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내 말은 은지 첫사랑이었잖아요. 그래서 더 걱정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 때마침 정은지도 저택 밖으로 달려 나왔다. 멀리서 여준수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한아진을 보자 그녀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한아진, 어쩜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 한아진이 원하는 대로 일이 이루어지도록 가만히 봐줄 수는 없었다. 고요한 달빛 아래, 가냘픈 여자의 그림자가 멀리서부터 달려오더니 여준수의 허리를 뒤로부터 와락 안아주었다. 가련하게 젖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수 씨, 계속 찾았잖아요.” 여준수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남자의 등을 꼭 안고 있는 정은지를 보자 한아진은 귀신이라도 본 듯 하얗게 질렸다. “은지야, 너 왜 여기에 있어?” 정체를 확인하려는 마음에 여준수는 경직된 몸을 돌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당연히 여기에 있어야지.” “고하준한테로 간다고 하지 않았어...?” 아까까지 분명 바로 병원으로 날아갈 것처럼 조급해 있었는데 멀쩡히 여준수 뒤에 서 있는 정은지를 보며 한아진은 당황했다. 여준수는 정은지를 바라보며 무슨 말부터 꺼내면 좋을지 망설였다. 조금 전까지 병원에 가서 직접 잡아 오려 했던 여자가 지금은 자기 뒤에 숨어 있다니 꿈만 같았다. 한참 고민하다 그는 요동치는 심장을 겨우 가라앉히고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히 물었다. “지금까지 어디 있었어? 준수 씨를 찾았는데 어디에도 없었거든.”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어. 자리를 아주 잠깐 비웠는데 왜?” 정은지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답했다.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한아진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혹시나 준수 씨가 날 찾을까 봐 아진이한테도 얘기를 전해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아진이가 얘기 안 했나? ” 정은지는 어린아이같이 순수한 얼굴로 얘기를 했다. 한아진은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당황한 목소리로 급히 정은지의 말을 가로챘다. “은지야, 화장실로 간다고 얘기한 적 없잖아. 준수 씨한테 전해달라고 부탁받은 적은 더더욱 없어.” 여준수의 싸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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