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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장

그리고 정은지는 문득 전생의 일들이 기억났다. 여아린은 정은지와 동갑으로 지금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다. 정은지와 다른 점이라면 여아린은 여씨 가문의 아가씨로 항상 자기 마음대로 행동했다. 수업에 빠지는 건 물론 음주가무를 즐기며 클럽도 자주 드나들었다. 밖에서 사귄 친구들도 많았는데 거의 모두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가문의 자제들이었기에 같이 놀면서 아무리 사고를 쳐도 뒷수습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여아린의 사생활은 매우 복잡했다. 정은지는 전생에 여아린이 유부남을 만나 남자 와이프가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여아린을 모욕한 일도 생각났다. 그리고 대학교 졸업 후 어떻게 된 일인지 여아린은 그 유부남과 결혼까지 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행복하지만은 않았고 남자는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고 들었다. 정은지도 자세한 상황은 알지 못했다. 전생의 정은지도 평온한 삶을 살아온 건 아니었기에 남의 인생에 깊게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었다. 정은지가 기억하는 건 여아린도 결국은 불행한 인생이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정은지는 더는 들을 흥미가 나지 않았고 뒤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발을 내딛는 순간 실수로 옆에 있던 화분을 찼고 화분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졌다. 조용했던 공간에서 그 소리는 유독 크게 들려왔다. 여아린은 깜짝 놀라서 소리 질렀다. “누구야!” ‘들켰다!’ 정은지는 자기도 모르게 긴장해서 줄행랑을 쳤다. 어두운 곳에 숨어있던 여아린과 남자는 화분이 깨지는 소리에 바로 반응하여 서로를 놓고 옷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누구야? 눈치 없게! 내가 가서 처리할게!” 남자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아린도 누가 본 건지 무척이나 걱정됐다. 혹시 소문이라도 나면 여아린은 그야말로 끝장이었다. 옷매무새를 정리한 두 사람이 급하게 나와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정은지는 이미 도망간 지 오래였고 주위에는 그림자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아린은 무섭고 조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어떡해요? 이제 어떡해요? 누가 봐서 소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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