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송유빈을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그녀가 저리 집요하게 그에게 매달리는 건, 설마 그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인가?
그리고 아직 결과가 없는 건 단지 어려워서 그런 것인가?
만약 송유빈마저 그 계집의 치마폭에 휘둘리게 된다면, 내게는 큰일인데...’
진시연이 간 후, 나는 홀로 오랫동안 차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한참 뒤 채령이가 송 대감께서 당도하셨다 아뢨다.
그동안 마음을 단련하였기에 마음속 생각을 감출 수 있으리라 여겼건만 송유빈은 단번에 내 심중을 꿰뚫어 보았다.
“공주마마,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눈빛이 평소보다 어두워 보이십니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결국 오늘 알게 된 모든 사실을 그에게 말했다.
이제 와 숨기는 것은 무의미할뿐더러 오히려 사이만 멀어지게 할 터였다.
내 이야기를 들은 송유빈은 웃으며 말했다.
“본디 마마께 걱정을 끼쳐 드리고 싶지 않아 숨기려 하였는데, 결국 알게 되셨군요.”
나는 놀라 되물었다.
“진작 알고 계셨습니까?”
송유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그 계집이 수상하여 사람을 붙여 조사하였습니다. 입이 가벼운 데다 술까지 마시면 무엇이든 털어놓는 터라, 제 사람이 어렵지 않게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나는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뜨렸다.
‘과연, 나 같은 풋내기도 첩자를 두어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함을 아는데 그가 어찌 생각지 못했겠는가?
아마 그가 동궁 저쪽에 심어둔 자들은 이미 더 높고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을 터이나 그저 내색하지 않았을 뿐이리라.’
송유빈은 마치 듬직한 동행자와 같았다. 함부로 나서서 돕지도 간섭하지도 않고 조용히 지켜보다가 때때로 조언 한 마디를 건넬 뿐이었고 내가 실수로 넘어지려 할 때면 손을 뻗어 나를 붙잡아 다시 제자리에 세워줄 것이었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나는 송유빈에게 무슨 정보를 얻었는지 물었다.
송유빈이 답했다.
“생소한 말들이 많았으나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을 추론해 보건대 그 계집은 사내의 마음을 사로잡아 완전히 복종하게 만드는 기이하고 사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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