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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나에게 여러 번 치욕을 당했던 민연아는 내가 군중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마치 트라우마라도 되살아난 듯 얼굴이 굳으며 무의식중에 한 걸음 물러섰다. 특히 내 손에 들린 문서를 본 순간, 그녀의 안색은 붉게 달아올랐고 도망치고 싶었으나 물러설 길이 없어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몇몇 사람들은 내 정체를 알아보고 황급히 예를 갖춰 몸을 낮췄고 다른 이들 또한 따라 고개를 숙이며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손을 들어 일어서라고 명했고 모두가 숨을 죽인 채 나를 바라보는 가운데 천천히 문서를 펼쳐 들고 내용을 낭독하였다. 그리곤 민연아를 향해 냉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경성 사람들이 하나같이 어리석어 네 짓거리를 모른다고 생각하였느냐? 남의 비단 장사를 가로채려다 실패하고는 이런 천한 말이나 내뱉는구나. 문서로 남긴 약조조차 지키지 않았으면서 감히 고귀한 마음을 운운하다니 실로 가소롭구나.” 내 말을 들은 나세령은 나를 바라보다 안도와 감격이 스치는 표정을 지었고 이내 주춤거리던 어깨를 곧게 펴며 나섰다. “공주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저희는 다만 말로 약조하였을 뿐이나, 저 문서는 글로 새겨진 약속입니다. 연아 낭자께서 영락상단 앞에서 사흘간 무릎 꿇고 개 짖는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저 또한 기꺼이 이 자리에서 무릎을 꿇겠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 사이에 다시금 술렁임이 퍼졌고 많은 이들이 민연아를 가리키며 그녀가 숨기려 했던 과거를 입에 올렸다. 그것은 그녀가 목숨 걸고 감추려 했던 가장 큰 치부였다. 민연아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고 두 눈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더듬거리며 몇 마디 변명을 늘어놓고는 어떻게든 자리를 모면하려 애썼다. “그만둡시다. 서로 무릎 꿇을 것 없이 여기서 마무리하면 될 일 아니겠습니까? 어찌 되었든 오늘 승자는 저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께선 모두 나 회장님의 재주가 저보다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셔야지요.” 그녀가 뒷걸음질 치며 자리를 벗어나려 하자 나는 그녀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 “멈추거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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