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서찰을 읽고서야 탄신연 날 내가 송유빈에게 건넸던 한마디 약속이 떠올랐다.
깜빡 잊고 있었는데, 그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영의정이면 얼마나 바쁘겠어. 이런 사소한 일까지 기억하다니, 참 성실한 사람이네.’
괜히 가까워지면 불필요한 얽힘이 생길까 싶어 처음엔 정중히 사양할까도 했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앞으로 세자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많은 인연과 연줄을 확보해야 했다.
그날, 그가 민연아와 이휘를 조목조목 반박하던 말솜씨를 떠올리니,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었다.
나는 마음을 정하고 초대에 응했다.
약속 당일, 오랜만에 정성을 들여 단장한 뒤 송유빈이 말한 서원으로 향했다.
예전부터 명소라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가보는 건 처음이었다.
역시나 소문대로 아름답고 기품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경성에서 손꼽는 명소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
의문이 고개를 들 무렵, 고운 청색 도포 차림의 송유빈이 단정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다.
“공주마마께서 이 누추한 곳을 찾아주시니, 서원이 환히 빛이 납니다.”
오늘 그는 관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있었고, 맑고 단정한 얼굴엔 반가움과 설렘이 어려 있었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은근한 놀라움과 진심 어린 기쁨이 담겨 있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우리는 하인들을 물리고 정자에 앉아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송유빈은 직접 다과를 챙기고 찻잔을 내 손 가까이에 조심스레 놓아주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대감께서 이토록 정성을 다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비록 공주라 하나, 스스로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송유빈은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공주마마께서는 손목을 다치셨다 들었습니다. 지금은 몸을 아끼셔야 할 때이니, 이런 일은 제게 맡기시지요.”
그의 다정한 배려에 나도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잠시 뒤, 나는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문을 조심스레 꺼냈다.
“그런데 오늘은 서원이 어째서 이리 한적한지요?”
송유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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