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안희연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뻔뻔함으로 따지자면 그녀는 고현준을 이길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안희연은 학과에 이메일을 보내 제도대학교의 석, 박사과정 추천을 거절했다. 동시에 다른 학교의 석, 박사 통합과정을 신청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녀가 제도대학교의 박사 추천을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3년에서 5년 동안은 가끔 기분 나쁜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 뻔했다.
공부 하나 하겠다고 그렇게까지 답답함을 참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
윤은하는 마음의 병이 문제였는데 안희연이 이틀 동안 병문안을 다녀가자 기분이 한결 나아졌고 결국 퇴원을 허락받았다.
퇴원하는 당일, 안희연은 퇴근 후 병원에 가서 직접 모시고 오려고 했다.
그런데 퇴근 직전에 한 뭉치의 서류가 그녀의 책상 위로 툭 떨어졌다.
“내일까지 이 자료 정리해서 제출해.”
화려한 웨이브 머리를 한 예쁜 여자가 거만하게 말했다.
안희연은 그녀를 알아봤다. 자신보다 한 달 먼저 법률사무소에 입사한 인턴 염하은이었다. 현재 같은 프로젝트를 맡은 동료였다.
안희연은 서류 내용을 대충 훑어보더니 물었다.
“이건 네 업무 아니야?”
“내가 너보다 먼저 입사했잖아. 선배가 시키는 일은 해야지, 기본적인 개념도 몰라?”
염하은은 귀찮다는 듯 말했다.
안희연은 그녀를 몇 초 동안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비웃듯이 가볍게 웃어넘겼다.
“손 변이 네 남자친구라고 그걸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지 마.”
그렇게 말한 뒤, 안희연은 가방을 들고 바로 퇴근해버렸다.
‘똑같이 인턴인데 선배는 무슨. 하든 말든 알아서 해!’
염하은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고 바로 손형복에게 전화를 걸어 안희연을 고자질했다.
안희연이 팀 업무를 제대로 협력하지 않고 칼같이 퇴근하며 태도가 불성실하다고 일러바쳤다.
손형복은 여자친구를 몇 마디 달래준 뒤,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정규직 전환 기회는 단 한 명뿐이야. 나는 네 편을 들 거니까, 굳이 전환도 못 할 인턴이랑 신경전을 해서 뭐해?”
안희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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