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고현준은 싸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어두운 표정으로 노태윤을 흘깃 바라봤다.
노태윤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무슨 일 있어?”
고현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의 기분이 안 좋아 보이자 노태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서 술이나 한잔할래?”
잔이 몇 번이나 비워졌지만, 고현준은 여전히 말짱했고 몇 잔을 더 마셔도 여전히 정신이 또렷했다.
정신이 말짱하다는 확실한 증거는 노태윤이 뭘 물어봐도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노태윤은 고현준이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술잔이 몇 번 더 비워지자 고현준은 결국 안희연의 번호를 찾아서 화면만 멍하니 바라봤다. 아무런 움직임 없이 마치 계속 보다 보면 안희연한테서 전화가 걸려오는 것처럼 그저 화면 속 이름만 계속 쳐다봤다.
“...”
입만 무거워서는... 노태윤은 고현준과 안희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지만 결국 안희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수님, 저 노태윤이예요. 현준 형이 취했는데 데리러 와주실 수 있으세요?”
“저, 저희가 지금...”
안희연은 눈썹을 찌푸렸다.
“지금은 가기가 좀 어려워요.”
두 사람 사이에 이혼 얘기가 오간다는 것을 친구들이 얼마나다 알고 있는지 몰랐다.
“형수님, 혹시 형이랑 싸우신 거예요?”
노태윤이 눈치 빠르게 물었다.
“네.”
“아이고, 싸운 건 싸운 거고, 아직 두 사람 부부잖아요? 와서 좀 데려가 주세요. 이 형 세 시간째 술만 퍼마시고 있어요. 이러다 병원 실려 갈까 봐 무섭다니까요!”
...
“형수님! 그럼 형을 좀 부탁할게요!”
노태윤은 안희연이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빠져나갔다.
“잠깐, 기다려...”
안희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노태윤은 이미 자리를 떴다.
“...”
고현준은 소파에 앉아 위스키 잔을 손에 들고 이제 막 마시려 했는데 마시려고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누군가가 잔을 가로막았다.
고현준이 고개를 들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 그의 싸늘한 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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