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남자의 뜨거운 숨결이 귓가에 흩뿌려져 안희연은 몸이 움찔하며 솜털이 곤두섰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귓불을 깨물 것 같았다. 한밤중에 수없이 그랬던 것처럼...
극도로 야릇한 행동에 안희연은 견디지 못하고 나미래 쪽으로 몸을 피했다.
“고 대표님, 현장 질서 어지럽히지 말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으세요.”
안희연의 목소리는 고현준에 대한 습관적인 몸의 반응 때문에 살짝 떨리고 있었다.
키가 큰 고현준은 안희연을 향해 몸을 굽히고 있어도 눈에 확 띄었다.
“심심하면 변호사한테 연락해서 시간 날 때 이혼에 관해 얘기나 하자고 해. 이미 충분히 시간 끌었어.”
2초 후 고현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경매 후반부가 시작되자 고현준은 관심 없던 모습에서 갑자기 돌변해 보이는 보석마다 입찰에 참여했고, 눈 달린 사람이라면 당연히 여자에게 사주려 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표정은 즐겁게 쇼핑하는 게 아닌 분풀이를 하는 것 같았다.
나미래는 오늘 이 행사에 본 것 중에 사파이어 알맹이 하나에 관심이 생겼다.
그녀가 모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상의 보석 중 딱 초록이 빠져 있었다.
사파이어를 원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가격도 낮아 이내 나미래와 앞줄에 앉은 경쟁자 하나만 남았다. 정장을 입은 남자는 유난히 어깨가 넓었고 가지런하게 정돈된 머리카락이 뒷모습만 봐도 잘생긴 미남이었다.
“오빠, 나 저 색상 마음에 들어. 사줘!”
나미래는 어렴풋이 앞줄에서 애교를 부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라이벌 옆에는 머리를 틀어 올린 젊은 여자가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미간을 찌푸리던 나미래는 문득 저 남자가 어딘가 익숙해 보였다.
누구인지 떠올리기도 전에 상대가 팻말을 들어 단숨에 10억을 올리자 나미래는 불쾌한 얼굴로 팻말을 내려놓았다.
“왜 그래? 내가 사줄게.”
안희연은 나미래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 마.”
나미래가 안희연의 손을 제지했다.
“기분 좋게 수십억을 쓸 수는 있어도 저런 여자와 돌 하나를 두고 경쟁하고 싶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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