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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사실이라면 안수지의 손에 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안희연은 눈이 시큰거렸다. 눈을 질끈 감고 나서야 이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치밀어 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 있었다. 몇 초 후, 벤츠 G바겐이 급정거하더니 차를 돌려 다시 안 씨 저택을 향했다. “현준 씨.” 안 씨 저택에 거의 다 왔을 때 안희연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이혼 서류, 언제쯤 사인할 거야?” “내 변호사랑 이야기하라고 했잖아.” 즉, 그가 사인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 안수지는 별장 정원에 앉아 있었다. 가정부는 그녀의 가방을 들고 있었고 당장이라도 병원에 갈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녀의 왼쪽 손목은 이미 붕대로 감겨 있어서 상처가 어떤지는 알 수 없었다. “현준아, 지금 손목 감각이 없어. 나... 무서워...” 손은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도구였기에 감각이 없어진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었다. “아저씨와 아줌마는?” 고현준은 안영해와 민채린을 찾았다. 안수지는 쓴웃음을 지었다. “준택이 챙기시느라 바빠.” 안씨 가문은 철저하게 남아선호사상이 지배하는 집안이었다. 안희연은 조수석 창문으로 안수지와 아직 남편인 고현준이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몇 초 후, 그녀는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그들에게 다가갔다. “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안수지는 갑자기 옆에서 강하게 밀쳐졌다.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서자 하인이 황급히 그녀를 붙잡았다. 오른쪽 발목에서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둘째 아가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가정부는 안수지를 감싸 안으며 안희연에게 화를 냈다. 안희연은 안수지의 왼손을 가리켰다. 안수지는 반사적으로 오른손으로 왼손을 감싸 안았지만 왼손을 품 안으로 숨기는 동작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내가 밀었다고? 그래, 밀었어. 내가 한 짓은 인정해. 그런데 언니 손 좀 봐...” 안희연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멀쩡하잖아?” 안수지의 눈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고 무의식적으로 고현준을 바라보았다. 고현준은 그녀를 보지 않고 안희연을 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은 심오해서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다행히 남자는 그녀를 의심하지 않아서 안수지는 한숨을 쉬었다. “희연아, 너...” 안수지는 안희연의 제멋대로인 성격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아까는 고의가 아니었던 걸 알지만, 이번에는...” “지금은 고의야!” 안희연은 개의치 않다는 듯 인정했다 “내가 한 일은 내가 책임져. 하지만 내가 하지 않은 일은 안수지, 내게 뒤집어씌우려고 하지 마!” “둘째 아가씨, 말씀 너무 심하네요!” 가정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안수지는 화가 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날카롭게 질문했다. “그럼 3년 전에는? 네가 내 손바닥을 거의 잘라낼 뻔했는데 네가 한 짓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안희연은 입을 벌려 반박하려 했지만 말문이 막혔다. 오직 울분만이 가슴 속에 가득 차 쏟아낼 곳이 없었다. 그녀는... 기억나지 않았다. 당시 그녀의 정신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그렇게 악독하고 잔인한 짓을 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안수지 역시 그녀를 모함하기 위해 그 정도까지 자해할 이유는 없었다. 그녀는 아직까지 안수지를 해친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안수지 외에 유일하게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그녀였는데 그녀가 아니라면 누구란 말인가? “그만해!” 고현준이 차갑게 말을 끊으며 안희연을 흘끗 보고는 안수지에게 말했다. “수지야, 병원에 데려다줄게.” “현준 씨, 수지가 감싸 달라고 부르니 당신은 기꺼이 그녀 편을 들고 있는데 이럴 거면 다음부터는 내 차를 타고 같이 따라오지 마. 역겨우니까!”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에는 냉정함이 묻어났다. 감정을 애써 누른 찬 기운이었다. 그녀가 덧붙였다. “당신 변호사가 나에게 연락하기 전까지 우리 만날 필요 없겠어.” G바겐이 도로 위를 질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옆에 벤틀리가 따라붙더니 고의로 안희연의 G바겐을 막아섰다. 벤틀리의 창문이 내려가고 뒷좌석에 주성빈의 얼굴이 나타났다. 두 차는 길가에 멈춰 섰다. 안희연은 마스크를 써서 상처투성이인 얼굴을 가렸다. 드러난 것은 오직 한 쌍의 아몬드 모양 눈뿐이었지만, 차가운 눈빛은 여전히 주성빈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부부는 닮는다더니, 분위기까지 닮는 건가? “주 비서님, 교통 법규를 모르시나요? 제가 가르쳐 드릴까요?” 주성빈은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20분 전에 저에게 연락해서 사람을 데리고 리버 별장으로 짐을 옮기는 걸 도와드리라고 하셨습니다.” 20분 전이라면, 고현준이 안수지의 전화를 받았을 때였다. “주 비서님, 저는 이제 리버 별장에서 살지 않아요. 현준 씨가 말 안 해줬나요?” 주성빈은 웃으며 고개를 저으면서 완고하게 자신은 그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희연은 차 문에 기대어 고양이처럼 나른하게 말했다. “그럼 현준 씨가 왜 당신을 보냈는지 알아요? 그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요?” “사모님...” 주성빈은 말을 멈추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말해야 안희연이 덜 난처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왜냐면 그는 지금 수지와 함께 있거든요.” 안희연은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주 비서님은 그이의 오른팔이잖아요. 그러니 우리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어떤지 잘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주 비서님, 그를 버린 건 나예요. 동정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고요.” ... 병원. 안수지의 검사 결과는 금방 나왔다. 의사는 검사 결과지를 들고 말했다 “안수지 씨의 손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다만 발목을 삐끗해서 며칠간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이상이 없다. 이 말에 안수지는 마치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왼쪽 손목을 받치고 눈물을 글썽이며 고통을 참는 듯 말했다. “현준아, 난 정말 아파.” “안수지 씨의 손은 크게 다친 적이 있어서 지병은 검사로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의사는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수지야, 희연이가 정말로 널 밀었어?” 고현준이 갑자기 물었다. 그의 질문은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진료실은 순식간에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해졌다. 모두들 고현준을 바라보았다. 고현준은 안수지를 차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깊은 눈매는 상당한 위압감을 풍겼다. 안수지의 눈물은 눈가에 맺힌 채 굳어버렸고 얼굴은 창백해졌다. “현준아, 아까 직접 봤잖아. 희연이가 직접 미는 거...” “내가 못 본 그때 말이야.” 안수지는 등골이 오싹해졌고 고현준의 시선을 마주 볼 수 없어 눈동자가 흔들렸다. 몇 초간의 침묵 후,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또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현준아, 내가 희연이를 모함했다는 거야?” “난 희연이를 잘 알아. 안 했다고 하면 안 한 거야.” 안수지는 더 변명하고 싶었지만 고현준의 태도가 너무 단호해서 자신의 주장을 더 고집했다간 그의 심기를 건드릴 게 분명했다. “현준아, 그땐 정말 정신이 없었어. 내가 희연의 손을 잡으려고 했는데 희연이가 나를 밀쳤어. 고의는 아니었을 거야. 자기가 밀었다는 것도 모를지도 몰라.” 안수지는 재빨리 상황을 무마하려 애썼다. 고현준이 더 캐묻기 전에 안수지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근데 현준아, 오늘 갑자기 웬일이야? 희연이가 걱정돼서 온 거야?” 고현준이 갑자기 나타나서 놀랐지만 다행히 재치 있게 넘길 수 있었다.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곧 긍정이었다. 고현준은 안희연과 결혼 후 일 년에 딱 한 번, 명절 때나 그녀와 함께 안씨 가문에 발을 들였다. 그런 그가 안희연이 걱정돼서 오다니? 설마... 고현준이 진짜 안희연을 좋아하게 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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