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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금성 경화 호텔 전통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서 한 남자의 섹시한 목소리가 귓가로 스며들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고하진은 정신을 차려보니 어젯밤의 기억들이 천천히 되살아나기 시작하는데... 순간 그녀는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허나 방이 매우 어두운 탓에 그녀는 남자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할 수도 없었고 또 그쪽 놈들이 일부러 그녀를 노리고 일부러 이 남자를 들여온 건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만일 그놈들과 한패라면 이어서 벌어질 상황은 그야말로 끔찍할 것이다. 그녀는 반드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여기를 떠나야 한다. 고하진은 살며시 손을 뻗어 가방 속 수갑을 꺼내 침대 머리맡에 놓았다. 누워있는 남자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걸 느낀 그녀는 재빠르게 힘을 모아 그를 침대 반대편에 세게 밀었다. 유일한 기회이니 어떠한 실수도 결코 용납할 수가 없다. “가만히 있어...” 그 남자는 나지막이 미소를 지었다. 고하진은 그의 손을 침대 머리맡으로 끌어당긴 뒤 옆에 있던 수갑을 그의 왼쪽 손목에 채워버렸고 수갑의 다른 한쪽은 침대 머리맡의 기둥에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그 남자를 침대에 묶어둔 그녀는 침대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단숨에 이루어진 일렬의 빠른 동작들은... 빈틈을 찾을 틈이 없을 정도였다. 멍해져 있던 그 남자는 흐릿했던 눈빛이 금세 차갑게 변하더니 입가에 싸늘한 웃음이 물들었다. 뼈에 스며들 것만 같은 그의 차디찬 눈빛에는 위협감이 물씬 풍겨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날 노려? 좋아! 정말 뜻밖이군! 그도 그러할 것이 이 세상에서 그한테 수갑을 채울 사람은 그녀가 처음일 것이다. 비록 조금 전 방비를 소홀히 한 점도 있긴 하지만 그는 그녀의 민첩성, 반응성, 행동성에는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재미있네! 그는 수갑이 채워진 손목을 움직여 천천히 자리에 일어나 앉더니 등을 침대 머리맡에 살짝 기댄 모습이 평온해 보이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빛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늑대에 흡사했다. 이 방은 도련님의 전용룸으로 은밀성이 뛰어나고 특수 유리에 특수 커튼으로 준비한 거라 밖에 빛이 조금도 새어 들어오지 않는 차광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하여 지금이 밤인지 낮인지 확인이 불가하긴 해도 아무튼 방은 어두우니 사람의 얼굴이 희미한 채 제대로 확인이 어려웠다. 특훈으로 보통 사람보다 시력이 뛰어난 도련님은 상대의 얼굴을 제대로 간파하긴 힘드나 남들보다 변별력은 훨씬 타고난 분이었다. 고하진이 무언가를 찾으러 뒤적거리고 있던 그때 경도준은 왼쪽 손목시계에서 추적기를 꺼내 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까딱하고 움직이자 추적기는 직선에 가까운 최단 거리로 고하진이 아직 가져가지 못한 가방 안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정확하고도 빠르고 깔끔한 그의 손놀림으로 인해 고하진은 아무런 낌새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도망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순간에 그는 인심 있는 귀띔을 해주고 있었다. 혹여라도 그녀가 저승길로 가버리게 될까 봐 말이다. 하지만 3살부터 가문의 후계자로 키워진 고하진은 15년 동안 각 방면의 강도 높은 훈련을 마친 상태였다. 지금의 그녀는 머리로나 무술로나 또 아니면 글재주로나...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게다가 온갖 잔꾀에 권력층, 상업층들에 대한 판단이 명확하고 싹싹한 척, 애교 있는 척, 가냘픈 척, 약한 척 상황에 맞춰... 언제든 허리를 구부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그녀의 외할아버지한테서 천하무적이 따로 없다는 과찬을 받았을 정도였다. 18년의 인생 속에서 단 한 번도 누구한테 진 적이 없는데 지금 나를 협박해? 어이가 없기도 하지! 그리고 나한테 당해 수갑을 찬 마당에 어디서 협박이야! 아! 움직일 수가 없으니 그냥 입바른 소리만 하는 거겠지! 고하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당연하죠.” 그녀는 고씨네 집안 큰 아가씨로 패기가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다. 도련님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아하니... 진심인 건가? 이따가 잡히고 나서도 이렇게 건방을 떨 건가? 진정한 위험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한 고씨 집안 큰 아가씨는 입구로 걸어가는 동시에 그를 향해 손을 내흔들었다. “수갑은 천천히 풀도록 해요. 급하지 말고요. 행운을 빌게요! 다음에 또 만나요! 아니, 다시는 보지 말아요.” 아주 그냥 상대의 이를 바득바득 갈리게 할 심산으로 그녀의 태도는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맞다! 오만하다고 해야 알맞은 표현이다! 어둠 속이긴 해도 경도준은 그녀의 의기양양한 태도를 포착할 수 있었다. 그는 손목을 움직이며 피식 코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감히 어쩌지 못한다고 확신하는 거지? 그래! 내 손에 절대 안 잡힐 거라고 장담하나 보지? 천만에! 이대로 도망가게 놔둘 내가 아니지! 경도준은 그녀의 손에 든 가방을 힐끔거렸다. 그녀의 가방 안에 추적기가 있는 이상 곧 있으면 다시 만나게 될 터라 그는 조금도 급하지 않았다. 걱정 마! 얼마 안 걸려! 내뱉은 말들은 패기가 철철 흘러넘치긴 했으나 고하진은 방을 나선 뒤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가장 가까운 5번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그녀 또한 그가 심상치 않다는 걸 몸소 느꼈던 것이다. 다만 고하진은 경도준의 실력을 과소평가했었다. 침대에 묶여 반쯤 기대앉아 있는 경도준의 허리와 복부에는 헝클어진 얇은 이불이 그대로 덮어져 있었고 침대 위는 아수라장이었다. 그와 반대로 경도준의 표정은 온화하고 태연하기만 했다. 추적기가 켜져 있으니 추적기를 통해 그는 그녀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면 그만이다. 그는 손목시계의 움직이는 빨간 점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가 5번 엘리베이터에서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는 걸 확인한 그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차가운 눈 밑에 물들인 웃음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었다. 경도준은 특별 제작한 손목시계로 전화를 걸었다. “5번 엘리베이터에 있는 여자 어디도 못 가게 막고 있어.” 전화 한 통으로 지시를 내리는 데는 총 2분도 안 걸렸다. 시간 낭비하는 경우가 없는 경도준은 가장 빠른 속도로 사람을 잡고 싶었다. 애초에 멀리 도망가게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자기 두 손으로 직접 그녀를 잡고 싶은 그는 당장 이 수갑부터 해결해야만 한다. 과연 건방진 여우가 잡혔을 때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기대가 되는 것이다. 경도준은 즉시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진구, 내 방으로 와.” 짤막한 한마디이긴 해도 전화가 끊긴 뒤로 24시간을 대기하고 있는 진구는 1분 만에 이 룸에 나타날 것이다. 경도준은 손목시계에 빨간 점을 보며 나지막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아직도 5번 엘리베이터에 있는 거야? 그는 그녀의 도망의 끝을 여기에서 멈추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오한은 지금 5번 엘리베이터 밖에서 안에 있는 사람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는 이제 어디도 도망갈 수가 없었다. 도망간다고? 헛꿈을 꾸고 있네! 나와 하룻밤을 보낸 뒤 침대에 수갑을 채우고 도망을 가? 딱 기다려! 이 모든 걸 내가 천천히 하나하나씩 전부 청산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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