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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독충에 당했다

“회장님께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이유는 독충에 당했기 때문이에요. 회장님 몸 안에 있는 독충을 꺼내야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어요.” 하강우의 설명을 들은 윤재욱은 같잖다는 듯이 그를 조롱했다. “뭐라고? 독충? 차라리 귀신에 들렸다고 그러지 그래? 의사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완전 사기꾼이었네. 뭐? 독충? 세상에 독충이란 게 있긴 해?” “윤 선생님이 보지 못했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단지 윤 선생님의 무식하다는 걸 보여줄 뿐이죠.” “내가 무식하다고? 장 원장님은 여러 가지 최첨단 의료 설비로 송 회장님의 몸을 꼼꼼히 살폈어. 만약 송 회장님의 몸에 독충이 있었다면 당연히 발견했겠지. 사기를 치려고 해도 사람을 봐가면서 쳐. 그런 수작은 촌구석에 사는 어르신들에게나 통하지, 송 대표님 같은 분이 촌구석 어르신처럼 쉽게 속을 줄 알아?” 윤재욱이 이름까지 거론했으니 장 원장도 당연히 말을 보태야 했다. 하지만 그는 비교적 신중했다. “송 회장님 몸에 독충이 있다고요? 무슨 독충이요? 어디 있죠?” “가슴안에 젓가락만큼 길고 엄지손가락만큼 굵은 지네가 있어요.” 가슴이라는 말에 장 원장은 서둘러 흉부 CT를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가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눈 잘 뜨고 봐요. 이건 우리 병원에서 최근에 수입한 세계 최첨단 CT 장비로 찍은 송 회장님의 흉부 CT예요. 젓가락 길이는커녕 작은 개미 한 마리도 똑똑히 찍히죠. 그런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독술이란 사술이긴 하지만 동시에 우리 L국에서 수천 년을 이어진 기묘한 술법이기도 해요. 수입산 최첨단 CT 장비의 역사는 얼마나 됐죠? 외국의 기계로 L국의 기묘한 술법을 파악한다는 건 말도 안 되죠. 당연히 아무것도 찍히지 않을 거예요.” “참나!” 김수호는 차갑게 웃더니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말했다. “송 회장님 가슴 쪽에 독충이, 그것도 큰 지네가 있다고 했지? 그런데 근거 있어? 그렇게 실력이 좋으면 그 지네를 꺼내보든가! 정말로 지네를 꺼낸다면 내가 한입에 삼켜주지!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당신은 그냥 사기꾼인 거야. 송 회장님이 정말로 정신을 차린다면 그건 윤 선생님이 살린 거지!” 거기까지 말한 뒤 김수호는 송아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금 전 약속했던 거 잊지 마. 윤 선생님이 송 회장님을 살리면 넌 나랑 결혼해야 해.” “우리 할아버지는 하 비서가 살린 거야. 윤 선생님이 아니라!” “이 촌놈이 그랬잖아. 송 회장님 가슴 쪽에 젓가락만 한 길이의 지네가 있다고. 하지만 장 원장님이 제공한 흉부 CT를 봤을 때 지네가 같은 건 없었어. 그건 이 촌놈이 사기꾼이라는 걸 의미하지. 이 자식은 그냥 무턱대고 침을 몇 개 꽂아서 윤 선생님의 공로를 채가려고 한 거야.” “도련님 말씀이 옳아요. 이 촌놈이 지네를 꺼내지 못한다면 송 회장님은 제가 구한 겁니다. 제가 인터스 침술로 송 회장님을 살린 거라고요!” 하강우는 자신의 쇼핑백 안에서 작은 항아리를 하나 꺼냈다. 항아리 안에는 각종 곤충이 들어있었는데 전부 말린 것들이었다. 뚜껑을 열자 기묘한 향기가 풍기면서 입에 군침이 돌았다. 하강우는 그 항아리를 송강태의 베개 옆에 놓은 뒤 그의 가슴을 꾹 눌렀다. 찌익. 검은 머리 하나가 튀어나왔다. ‘지네인가?’ 정말로 검은색의 큰 지네였다. 그리고 정말로 젓가락만 한 길이에 엄지손가락만큼 굵었다. 하강우는 재빠르게 지네를 잡았다. “아까 지네를 꺼내면 한입에 삼키겠다고 했었지? 얼른 입 벌려.”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김수호는 너무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더는 그곳에 남아있을 수 없었던 그는 씩씩대면서 황급히 도망쳤고, 체면을 구긴 윤재욱도 헐레벌떡 김수호를 따라 나갔다. 장 원장 역시 자기 사람들을 데리고 나갔다. 하강우는 쓰레기통 안에서 생수병 하나를 꺼내서 그 안에 지네를 넣은 뒤 뚜껑을 닫고 그것을 쇼핑백 안에 넣었다. “아주 숙련돼 보이네. 그 쇼핑백은 폐품 주울 때 쓰는 거지? 앞으로 우리 회사의 생수병은 전부 당신에게 줄게.” 이소희는 송강태가 살았다는 사실에 기쁘긴 했지만 송강태를 구한 사람이 새로 온 비서 하강우라는 사실이 못마땅했다. 하강우가 좋은 모습을 보일수록 그녀의 자리가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하강우가 나갔다. “이 비서, 밖에 나가 있어. 내 명령이 없다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 “네, 대표님!” 이소희가 나간 뒤 송강태가 갑자기 눈을 떴다. 비록 조금 전에 죽을 뻔했지만 송강태는 줄곧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전부 알고 있었다. “날 구한 하강우라는 사람, 너랑 결혼하기로 한 그 하강우니?” “네.” “그건 18년 전 약속이었어. 당시 난 하강우의 스승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취기가 올라서 얼떨결에 결혼 약속을 했었지.” “네? 술을 마시다가 취기가 올라서 얼떨결에 손녀의 혼처를 정했다고요?” “잠시 뒤에 걔가 돌아오면 내가 잘 얘기하마. 체면을 구기는 한이 있더라도 18년 전의 장난 때문에 네가 그와 결혼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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