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유민서는 폼나게 한손으로 핸들을 돌리면서 도로위를 질주한다.스피커에서는 밤의 여왕 아리아《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속에 끓어오르고》가 흘러나온다. 그녀는 심경준이 자신에 대해 조사하는게 두렵지는 않다.단지 이해가 안되는게 있다면 삼년동안 자신을 공기취급 하면서 궁금해 하지도 않다가 왜 갑자기 두사람 결혼생활이 끝날때쯤에야 이제야 그녀한테 궁금한게 생긴걸가? 역시 남자들은 다 쓰레기다.뒤꽁무늬 쫓아다닐때는 관심도 없다가 관심없어 하니까 괜히 여자한테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니 말이다. 갑자기 유민서가 빽미러를 쳐다보자 눈썹을 찌푸렸다. 얼마 멀지 않은 뒤편에 심경준의 람보르기니가 그녀한테 따라 붙은것이다! “나 미행하려고?꿈깨.” 유민서는 씩 웃더니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 부아튀르 느와르는 왼쪽으로 차선을 바꾸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빨리,따라붙어!”심경준은 조수석에 앉아 재촉했다. 한민수는 이렇게 빠른 속도로 운전한적 없어 심장이 입에서 튀어나올것만 같았다! 겨우 어렵게 유민서의 미등을 발견하자 아무표정도 없던 심경준은 그제서야 시름을 놓았다. “대표님,작은 사모님 운전기술 장난 아닌데요!후지와라 두부가게 괜히 붙인게 아니네요......”한민수는 연신 감탄했다. “뭔 두부가게.”심경준은 의아해서 눈썹을 찌푸렸다. “사모님 엉덩이 보세요!” 심경준은 순간 얼굴이 잿빛이 되였고 한민수는 놀라서 땀이 뻘뻘 났다. “그게 아니라......사모님 차 엉덩이 보시라는 뜻이예요!” 심경준이 자세히 보니 부가티 뒤에 흰색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위에는”후지와라 두부가게AE86”이라고 써있었다. 조금은 웃겼다. “대표님 모르세요?사모님이 애니메이션 엄청 좋아해요.특히 《이니셜D》를 제일 좋아하더라고요.제가 매번 사모님이 거실에서 티비로 이 애니메이션 트시는걸 봤거든요.” 한민수는 점점 흥이 나서 말했다. “사모님이 이런 스타일인줄 몰랐어요.저는 사모님이 연약하고 혼자 자기몸 하나 못가누는 여리여리한 사람인줄만 알고 있었거든요.” 한민수 뿐일가,심경준도 이 여자한테 제대로 놀아났다. 더 화가 나는건 비서가 자신보다 와이프에 대해 아는게 더 많다는거였다! “이런!사모님이 속도 올리네요!” “따라붙어,못 따라가면 너 연봉 깎일줄 알아!”심경준은 이를 깨물었고 잘생긴 얼굴은 그와중에도 조각상 같았다. 한민수는 월급 깎이는게 두렵긴 하지만 목숨을 잃을가봐 두렵기도 했다. 결국 유민서가 두번 연속 급커브하는 바람에 그들은 그녀를 놓치고 ㅏㄹ았다. “놓,놓쳤어요......”한민수는 기진맥진 했다. 심경준은 주먹으로 차유리를 내리쳤고 이마에는 실핏줄이 튀어 나왔다. 백아연,왜 나한테 숨기는게 이렇게 많은거야? 너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밤이 되자 첫째와 둘째오빠는 동생의 개인별장으로 갔다. 확 트인 주방에서 유진성과 유진호는 한사람은 요리를,다른 한사람은 칼질을 하고 있었고 유민서는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는 게임하면서 오빠들을 바라보았다. “오케이!쿼드라킬!” 유민서는 화면에 있는 자신의 게임순위를 보며 뿌듯해 하면서 박수쳤다. “내동생,실력 녹쓸지 않았는데.”유진호가 웃으면서 말했다.그는 사형제중 가장 웃는게 친근한 사람이다. “당연하지.나 게임에서는 킬러중의 탑이야.” 유민서는 의사에 앉아 팔을 테이블에 기대서 막대사탕을 쪽쪽 빨아먹는게 너무 귀여웠다. “어이구.큰소리는.이제 우리가 어떻게 노는건지 제대로 보여줄게.” “우리가 저번에서 게임으로 민서한테 터진거 기억안나?적당히 해.”유진성은 말하면서 한편으로 썰어놓은 소고기를 유민서의 입에 넣어준다. “아 그건......저번에 넷째가 강퇴해서 그래!안그럼 우리가 이기는거였어!”유진호가 억울해하면서 말했다. “나 이제 밥항건데 민서 너 기름연기에 예민하니까 얼른 거실쪽 가서 있어.”유진성이 다정하게 다그쳤다. 유민서는 흠칫했고 코끝이 시큼거렸다. 그녀는 감히 두 오빠한테 기름연기에 예민한 그녀가 심가네 가족들한테 삼년동안이나 밥을 해주었단 말을 할수가 없다.삼년동아 기름냄새 맡으면서 너무 요리만 한 탓에 손에 굳은살도 박혀 점점 기름냄새에 무뎌졌다. 그렇다고 말을 하면 큰오빠는 종교가 그러하다보니 마음이 약해질수 있지만 다른 세오빠들은 아마도 심가네를 모조리 죽여버릴것 같다. 민서가 그래도 유가네 하나뿐인 딸인데.손에 물 한방울도 못대게 하는데.심가네 식구들이 어떻게 이렇게 대할수 있을가?!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건 그녀가 일찍 깨우쳐 다시는 가질수 없는 남자때문에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지 않는다는것이다. 이때 유진성의 핸드폰이 울렸다. 남자는 서둘러 손을 닦고는 앞치마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확인하고는 착잡한 눈빛으로 유민서를 쳐다보았다. “민서야,또 네 전남편이야.” “이런!재미 들인거 아니야!” 유민서는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고 입안에 넣었던 막대사탕은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 “무슨 말이야?심경준이 오빠한테 연락 자주해?” 동생옆에 앉아있던 유진호는 자연스럽게 테이블위에 떨어진 막대사탕을 들고는 입에 넣었다. “설마설마,저번에 두사람이 한강에서 불꽃구경하는거 보고 심경준이 형을 민서 남자친구로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맞아.” 유진호가 말했다. “진짜야?!사람보는 눈이 그렇게도 없냐!” “왜?난 별로야?”앞치마를 입고있던 유진성이 웃으면서 말했다. “심경준 단단히 눈이 삐었어.형이 어딜봐 남자친구 같아.딱봐도 아빠뻘 같구만.” 두 오빠는 웃으면서 말다툼을 하는데 그녀는 머리가 터질것만 같았다. 두 오빠에 전남편까지,셋이 지금 놀고들 있네. “받을가?”유진성이 묻는다. “받지마!” “받아!” 유진성은 동생의 말에 따랐고 스피커 모드로 전환했다. “제 와이프한테 바꿔 주세요.”심경준의 말투는 오전보다는 자연스러웠고 심지어 소유욕도 느껴지는듯 했다. “이 무슨......” 유진호는 막말을 하려하자 유민서가 쿵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머리를 테이블에 내리 박는다. “심대표,아연이 이제는 그쪽 와이프 아니예요.두사람 이혼했잖아요.”유진성은 차분하게 경고했고 일부러 꼬리가 안밟히게 호칭도 바꿔갔다. “아연이가 아직까지는 내 와이프란거 알고 있을거예요.”심경준의 말은 주방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심경준,아까는 나 미행하더니 지금은 왜또 못살게 구는건데.대체 뭐하자는거야?”유민서는 스피커모드를 꺼버리고는 짜증이 가득해서 전화를 받아 들었다. “나 너한테 따로 할말 있어.” 유민서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는 숨을 깊게 들이 쉬고서야 다시 전화를 받아든다. “빨리 말해.나 바빠.” “핸드폰 번호는 왜 바꿨어?”심경준의 말투가 딱딱하다. “과거는 잘라내고 다시 새로 시작하려고.” “할아버지가 이제 너 찾을수도 있는데 너랑 연락 안되면 안되니까 새번호 줘봐.연락할수 있게.”심경준은 당연하다는듯한 태도였다. “나 찾는건 쉬워.유대표한테 전화하면 나 찾을수 있어.”유민서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백아연,이제 네가 나한테 복수하는 방식이야?” 심경준은 이를 깨물고 한글자씩 내뱉는다. “나한테서 떠나자마자 유진성이랑 동거를 해?너 나한테는 백아연이였고 유진성 앞에서는 또 뭐라고 할건데?” “심경준!”유민서도 빡쳤고 주먹을 꽉 쥐었다. “네가 이런 방식으로 나한테 복수하는게 어리석단 생각 안드나 본데.넌 네가 어떤 남자랑 만나든 내가 신경쓰여 할거 같아?” 심경준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난 그냥 할아버지가 너한테 실망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야.난 노인네가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한 사람이 파렴치한 여자란거 알게 하고 싶지 않아!네가 아무리 자유롭고 싶어도 할아버지 팔순잔치 전까지는 네 행동에 조심해줬음 좋겠어.할아버지 귀에 헛소문이 들리지 않게!” 유민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말이 안나와서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어둠속에서 그녀는 등을 벽에 기대여 크게 숨을 들이쉬어 보지만 쉽게 심경준이 말로 상처준 아픔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걸가.그냥 심경준이 죽은셈 치자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유민서가 눈을 비비는데 실망감은 점점 눈시울을 붉어지게 만들었다. “심경준......너 어떻게 날 그렇게 생각할수 있어......내 13년동안의 감정이이 전부 부정당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