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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장

“너한테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어. 말을 심하게 했는데, 심경준이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네.” “잘했어. 나 같은 완벽한 여자는 심경준 같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난 기성 그룹 대표의 여자니까.” “그래, 넌 유씨 가문 모든 남자가 아끼고 도는 여자야.” 유진성은 눈웃음을 지으며 품 안 있는 미인을 다독였다. 그녀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엔 애정으로 가득했다. “오빠, 핸드폰.” 유민서는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유진성은 영문도 모른 채, 핸드폰을 그녀에게 주었다. “비밀번호는 네 생일.” “알아.” 유민서는 연락처를 열고 아주 단호하게 심경준의 번호를 차단해 버렸다. “참 확실하게 하네.” 유진성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깨끗이 처리해야, 이 남자도 기억할 거 아니야.” 유민서는 전 남편 얘기를 하자, 눈빛이 순간 싸늘해졌다. * 요 며칠 심경준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잘 못 잤다. 왜냐면 그의 전처가 철저하게 연락 두절 되었기 때문이다. 백아연을 못 찾으니, 심준호는 미친 듯이 매일 연락이 왔다. 연세가 높으신 할아버지가, 금방 사랑에 빠진 여자보다 더 질척거렸다. “심 대표님, 아니면 신고할까요?” 한민수는 옆에서 머리를 굴리며 갖은 방법을 제기했다. “실종했다고 신고하면 되잖아요! 어차피 작은 사모님이랑 아직 이혼 절차 밟지 않았는데, 부부 사이니까, 자기 부인 찾는 것도 당연하죠. 이렇게 하면 작은 사모님께서 반드시 나올 거예요.” “이게 탄소 기반 생물이 생각해 낸 방법 맞아?” 심경준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한민수를 한번 흘겨보았다. “그럼 어떻게요? 작은 사모님께서 갑자기 사라지셨는데. 번호도 없지, 아는 친구도 없지, 유일하게 연락이 되는 유 대표도 대표님 무시하지…….” 심경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멍청한 비서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어제 또 유진성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상대방이 자기를 차단했다는 걸 발견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심경준은 처음으로 다른 사람한테 차단당했다. 마치 우주에 버려진 것처럼 붕 뜬 상태로 앉아 있었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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