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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장

진미숙은 걱정하는 척하며 다급하게 물었다. “이 손, 어떻게 된 거야? 어서 말해 봐!” “은주야, 무서워하지 말고, 그냥 말해 봐! 누가 널 괴롭혔는지! 우리가 절대 가만 안 둘 테니까!” 심윤혜도 정의로운 척하며 이렇게 말했다. “화장실에서 백아연 씨를 만났는데…….” 김은주는 심경준 품에서 아주 허약하게 숨을 쉬었다. 하지만 유민서를 바라보는 그녀의 두 눈에는 악독함이 숨겨져 있었다. “백아연 씨가 저 싫어하는 거 알아요. 그래서 화해할 생각에 제가 먼저 인사했는데…… 백아연 씨는 제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둘이 한 마디씩 주고받다가, 결국에 다투게 됐는데…….” 유민서는 팔을 안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피식 웃었다. 시선을 들어 올린 심경준은 유민서가 웃자, 순간 짜증이 났다. “전 그냥 갈 생각이었는데, 백아연 씨가 절 잡으면서 못 가게 하는 거예요. 너무 급한 마음에 반항하다가, 백아연 씨의 팔찌가 떨어지면서 박살 났어요. 백아연 씨가 엄청 화를 내시더라고요. 제가 몇 번이고 사과했지만, 소용없었어요. 그리고 백아연 씨가, 백아연 씨가…….” 김은주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남은 부분을 상상하게 했다. ‘참 거짓말 잘하네!’ 유민서는 더 활짝 웃었다. 그녀는 김은주의 연기에 정말 박수라도 보내주고 싶었다. “그러니까 백아연이 널 이렇게 만들었다고? 그럴 리가…….” 진미숙은 입을 틀어막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 말은 오히려 백아연이 한 짓이라고 다른 사람에게 확신을 주고 있었다. “뭐? 네가 감히 내 딸을 건드려?” 진미영은 유민서를 가리키며 노발대발했다. “너 어떻게 이렇게 악독할 수가 있어! 말로 하면 되는걸, 왜 애를 다치게 하고 그래! 우리 은주, 피아노 치는 손이야. 얼마나 많은 대회에서 상 받았는지 알아? 피아노는 은주의 생명이야! 만약 너 때문에 다시는 피아노 못 친다면, 유씨 가문이고 뭐고, 절대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진미영의 말은 유민서의 상처를 건드렸다. 유민서는 순간 심경준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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